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전 한국연금학회장)이 25일 국회예산정책처에 제출한 ‘공적연금 재정전망과 연금개혁 논의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기초연금 지급액이 월 40만원으로 인상되면 연간 지급 총액은 2030년 49조3000억원으로, 현행 유지(37조원) 시보다 12조3000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초연금 지급 총액은 월 30만원인 경우 2040년 73조원, 2050년 120조원, 2070년 240조원, 2090년 359조원으로 불어난다. 이에 비해 월 40만원으로 인상되면 2030년 49조3000억원, 2040년 97조3000억원, 2050년 160조원, 2070년 320조원, 2090년 478조6000억원으로 더욱 가파르게 늘어난다는 분석이다.
윤 연구위원은 “일본의 기초연금은 일정 기간 이상 보험료를 납부해야 받는데도 지출액 증가로 인해 50%가 국고로 지원되고 있다”며 “전액 조세로 재원을 조달하는 한국 기초연금의 장기 재정소요액이 막대한 규모에 달할 것이라는 점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시절 공약에 따라 정부는 2024년부터 기초연금을 월 10만원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지급되는 기초연금이 노인 빈곤 문제를 개선하는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김상호 광주과학기술원(GIST) 기초교육학부 교수(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월 30만원의 기초연금 지급은 노인빈곤율을 45.6%에서 39%로 6.6%포인트 끌어내리는 데 그쳤다. 김 교수는 “2020년 기초연금 지급을 위해 16조8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 데 비해 아주 미미한 수준”이라며 “빈곤선 바로 아래에 있는 계층만 빈곤선 위로 끌어올렸을 뿐 소득 재분배 효과는 사실상 없었다”고 지적했다.
기초연금 인상 정책이 국민연금을 성실하게 납부할 유인을 떨어뜨리는 점도 문제로 지목된다. 기초연금 지급액이 오를수록 국민연금을 성실히 납부해 기초연금을 받지 못하는 소득 상위 30%가 역차별을 당하기 때문이다.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더라도 국민연금을 많이 납부할 경제적 유인은 줄어든다. 기초연금의 ‘국민연금 연계 감액’ 제도로 인해 국민연금 수급액이 46만원 이상인 경우 기초연금 수령액이 50% 깎인다.
정부는 국민연금 개편을 기초연금 월 10만원 인상과 연계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 시절 공약집을 통해 “국민연금 (연계) 감액 등 미세조정으로 조금이라도 기초연금을 더 받도록 조치하겠다”고 약속했다. 공약대로 연계 감액을 줄이면 기초연금 지출액은 당초 전망보다 더욱 커진다.
김 교수는 “애초에 기초연금제도는 국민연금제도가 성숙할수록 지급액이 줄어들도록 설계됐는데 정치적 이해관계로 인해 시스템이 무력화됐다”며 “제도 취지를 살리려면 지급 대상을 소득 하위 40% 정도로 좁혀 ‘진짜’ 빈곤층만 집중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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