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러시아 천연가스 의존도는 유럽연합(EU) 평균인 38.7%보다 높은 43.3%다.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에 가장 취약한 나라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러시아의 천연가스 금수조치가 이뤄질 경우 이탈리아의 경제성장률이 향후 1년간 최대 5.7%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지난달 경고했다. 내달 25일 치러지는 이탈리아 총선에서 긴축에 반대하는 우파 연합이 승리할 것으로 점쳐지는 것도 위기 요인이다. 만성 재정적자로 이탈리아 국가채무는 이미 국내총생산(GDP) 대비 157%에 이른다. 그럼에도 우파는 공공지출 확대와 대대적 감세를 주장하고 있어 재정파탄 우려가 점증하는 것이다. 이 여파로 1년 전 연 0.6%였던 이탈리아 10년물 국채 금리는 그제 연 3.7%까지 급등했고, 경제 모범국인 독일 국채와의 스프레드(가산금리)도 연초 1.37%포인트에서 지금은 2.30%포인트로 벌어졌다.
이탈리아에서 벌어지는 일은 환율 급등과 외환보유액 감소가 일어나고 있는 우리 경제에 대한 우려로 이어진다. 당국자들의 발언과 대응에도 긴박감이 떨어진다. 원·달러 환율이 추세적으로 1300원을 넘은 것은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 정도였다. 엔화도 원화 정도의 평가절하가 이뤄졌지만, 그것은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이 그런 방향으로 금리정책을 구사한 데 따른 것이다. 외환시장 불안이 본격화한 한 달여 전에 모호한 화법으로 한·미 통화스와프에 대한 기대를 부풀렸던 추경호 부총리는 요즘 아무런 말이 없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외환보유액 감소를 대수로운 일이 아니라는 듯 얼버무렸다.
우리 경제는 6% 넘는 물가에 갈수록 떨어지는 성장률, 4개월 연속 무역적자와 반도체 경기 급락 등의 악재에 겹겹이 둘러싸여 있다. 금융위기 발발 가능성을 조기에 차단할 수 있는 강력한 방파제를 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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