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이 같은 형사 처벌을 행정제재로 바꾸거나 폐지하는 법 개정을 추진한다. 경제활동 와중에 빚어지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법 위반인데도, 형사처벌 강도가 과도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기획재정부와 법무부는 17개 법률 내 32개 형벌조항의 비범죄화·합리화 방안을 마련해 26일 ‘제1차 규제혁신전략회의’를 열어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국민의 생명·안전 등과 관련성이 작은 조항 중 개선이 시급한 조항을 선별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이날 기재부와 법무부가 보고한 ‘경제 형벌 개선 추진계획 및 1차 개선 과제’에 따르면 정부는 물류시설법상 인가를 받지 않고 물류터미널 건설 공사를 할 때 부과하는 처벌 규정은 폐지하고 사업 정지로 제재하기로 했다. 또 식품접객업자가 호객행위를 하면 처벌하는 규정을 없애는 대신 허가·등록 취소나 영업정지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신고·변경 등 행정상 경미한 의무 위반에 대해 형벌을 부과하는 7개 법률 11개 규정은 형벌을 과태료로 전환하기로 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설립·전환 신고 의무, 지주회사 사업내용 보고 의무, 주식소유·채무보증현황 신고의무를 위반하면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했는데 이를 과태료 부과로 바꾼다.
정부는 행정제재를 우선 부과한 뒤 이행하지 않으면 형벌을 부과하는 합리화도 추진하기로 했다.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에게 구매확인서를 발급하지 않으면 하도급 대금의 두 배까지 벌금을 물릴 수 있는 하도급법을 개정해 벌금에 앞서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부과하기로 했다. 대규모유통업법은 납품업자가 다른 사업자와 거래하는 것을 방해하는 대기업에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도록 하는데,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먼저 부과하도록 바꾸기로 했다.
과도한 처벌은 완화하거나 차등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불공정무역조사법은 원산지 표시 대상물품의 수출·수입 관련 위반행위 미수범을 본범에 준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게 돼 있다. 이를 삭제해 미수범 형량을 본범과 차등화하기로 했다. 환경범죄단속법은 오염물질을 배출해 다른 사람을 죽거나 다치게 한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형을 부과한다. 정부는 사망의 경우는 기존 법정형을 유지하고 상해는 무기 또는 3년 이상 징역으로 처벌 수위를 낮출 계획이다. 다만 이런 계획은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국회 통과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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