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전환 못 따라가는 부품社…2030년까지 500곳 사라질 수도

입력 2022-08-26 17:25   수정 2022-08-27 01:47

글로벌 산업 지형이 디지털과 친환경을 축으로 급변하고 있다. 자동차산업이 대표적이다.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사람이 운전하는 차에서 자율주행차로의 전환이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 문제는 상당수 국내 자동차 부품사가 변화에 뒤처지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에선 현대자동차·기아의 핵심 글로벌 협력사 중 20%가량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2030년까지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차 부품사 줄도산 우려

26일 한국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와 어네스트앤드영(EY)은 내부 자료에서 현대차·기아의 전 세계 핵심 협력사 316곳 중 61곳이 2030년 도산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분석했다. 예컨대 전기차·자율주행차로의 변화를 좆아가지 못할 경우 현대차·기아의 1차 협력사인 D사의 매출은 2019년 10억7000만달러에서 2030년 6억1000만달러로 42%, P사는 11억9000만달러에서 7억7000만달러로 35%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이 기간 중국의 전기차 배터리 업체인 CATL과 전기차 부품업체 이버스바의 매출은 2030년까지 각각 357%와 805%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전기차·자율주행차로의 변화를 주도하는 부품사는 급성장하는 반면 그렇지 못한 기업은 도태할 수 있다는 경고다.

국내 자동차 부품사에 대한 우울한 전망은 국내 기관 연구에서도 확인된다. 민관 합동 기구인 자동차산업 인적자원개발위원회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내 내연기관 엔진 부품사 수는 2019년 1669개에서 2030년 1168개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국내 엔진 부품사 30%(501곳)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동력 전달 분야 부품사(289개→202개), 내연기관용 전기·전장 부품사(440개→338개)도 각각 30%, 23%가 없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기업 상당수 “사업재편 어렵다”
완성차 업체들은 이미 ‘미래차’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는 내연기관차 생산 비중을 2025년까지 50%대로 낮추는 데 이어 2030년엔 20% 이하로 줄일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바겐, 제너럴모터스 등은 이미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을 완료했다.

전기차 시대가 되면 부품사가 설 자리도 줄어든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내연기관차에 들어가는 부품은 약 3만 개에 달하지만 전기차에 들어가는 부품 수는 1만8900개 정도로 줄어든다. 엔진을 구성하는 6900개 부품은 모두 사라지고, 구동 전달 체계에 들어가는 부품 5700개는 3600개로 감소한다.

이런 전환에 대응할 준비가 된 국내 부품사는 손에 꼽을 정도다. EY의 국내 파트너사인 EY한영이 국내 자동차 부품사 400곳을 대상으로 ‘미래 사업 준비 수준’을 묻는 설문조사를 한 결과 74%가 ‘준비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매우 잘 준비돼 있다’고 답한 회사는 4개사(1%)에 불과했다. 한 자동차 부품사 대표는 “전기차 부품으로 전환하기 위해선 인력과 자본이 필수인데 중소기업들은 엄두도 못 내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공동 사업재편 강화해야”
전문가들은 국내 부품사들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대기업과 정부가 힘을 합쳐 중소기업의 소재·부품·장비 개발을 돕는 상생 협력이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정부의 사업재편 지원 제도를 확대하는 것도 한 방안이다. 이를 위해 대·중소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 사업재편을 원활히 하는 방향으로 기업활력법 등 사업재편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부품사의 경영난이 심화되고, 미래차 대비를 위한 투자가 줄어드는 악순환의 연속”이라며 “현 상황을 넘어서기 위해선 정부와 산업계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종합 지원책을 만들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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