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Fed 의장의 잭슨홀 회의 기조연설이 매파적이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파월 의장 연설의 요지는 한동안 인플레이션에 초점을 두고 기준금리를 50bp(1bp=0.01%포인트) 또는 75bp 올린다는 것입니다. 예상했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의 통화정책을 변경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시장 참가자들이 모두 제 생각과 같지는 않을 것입니다. 시장은 파월 의장 발언에 반응할 수 있습니다.”
▷주식시장이나 외환시장을 얘기하는 것인가요.
“외환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심입니다. 29일부터 면밀하게 모니터링할 것입니다. 예측하기 어렵지만 원·달러 환율이 올라간다고 과거와 같은 외환위기가 다시 올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은 과장된 측면이 있습니다.”
▷어떤 부분에서 과도합니까.
“1997년, 2008년과 현재 상황은 엄연히 다릅니다. 당시엔 한국만의 위기이거나 아시아의 위기였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자본이 확 빠져나가고, 다른 통화보다 원화 가치가 많이 떨어졌습니다. 지금은 어떻습니까. 달러가 초강세를 보여도 원화가 주요국 통화와 같은 수준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엔화는 말할 것도 없고 유로화보다 더 잘 버티고 있습니다.”
▷수출에도 도움이 돼 환율 걱정을 덜 한다고 봐야 합니까.
“환율 때문에 수출이 증가하는 건 옛날 얘기입니다. 한국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늘어 예전만큼 환율 상승기에 수출 증가 효과를 보지 못합니다. 오히려 환율 상승으로 수입물가가 오르는 게 문제입니다. 특히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많이 올라 물가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앞으로 물가 전망은 어떻습니까.
“지난달 통화정책방향 회의(통방)에서 물가상승률을 올해 5.2%, 내년 3.7%로 예상했습니다. 단기적으로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6.3%를 기록한 7월보다 내려갈 것으로 봅니다. 그렇다고 물가상승률이 정점을 쳤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파월 의장의 말처럼 한 달 지표로 인플레이션을 판단해선 안 됩니다. 인플레이션율이 목표치인 2%대로 내려오지 않고 4~5%를 기록하는 한 금리 인상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당분간 물가 잡는 것을 최우선으로 통화정책을 유지할 계획입니다.”
▷당분간 25bp 인상을 기본으로 생각한다는 얘기입니까.
“저는 그동안 단 한 번도 향후 기준금리 인상폭을 25bp나 50bp로 하겠다고 한 적이 없습니다. 아까 얘기한 것처럼 통방에서 전망한 수준으로 경제지표가 나오는 한 현재 금리 인상 속도를 유지할 계획입니다. 금리를 결정할 때는 물가뿐 아니라 성장률도 다 같이 고려해야 합니다. 그것도 한은이 예상한 수준에서 움직이냐를 보고 통화정책 방향을 정할 생각입니다. 7월 통방 이후에 시장에선 ‘한은이 내년에도 금리를 올릴 것’으로 받아들였는데 정확히 표현하면 ‘내년에 금리를 안 올릴 것이란 전망이 사라졌다’고 이해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미국보다 먼저 금리 인상을 멈출 수 있습니까.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한은의 통화정책이 정부로부터는 어느 정도 독립했지만 Fed로부터는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한국은 기축통화국도 아닌 데다 소규모 개방경제이기 때문에 Fed 정책을 늘 염두에 둬야 합니다. 이 때문에 한은이 Fed에 앞서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어도 Fed보다 먼저 금리 인상을 멈추기는 쉽지 않습니다.”
잭슨홀=정인설 특파원/조미현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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