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러시아인 비자 발급 중단 나서나…독일은 이견

입력 2022-08-29 13:28   수정 2022-09-07 00:02

유럽연합(EU)이 러시아인에 대한 비자 발급에 제한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에 들어오는 러시아인 관광객 수를 줄이려는 이유에서다.

2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EU 외무장관들은 러시아 관광객을 줄이려 러시아와 맺은 비자 촉진 협정 중단을 지지할 거라고 보도했다. EU 외무장관들은 오는 30일부터 이틀간 EU 순회 의장국인 체코 프라하에 모여 회의를 열고 비자 중단 사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EU 고위급 관계자는 FT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관광객들이 유럽 도시와 정박지를 자유로이 돌아다니는 건 부적절하다”며 “(우리는) 러시아 국민들에게 이 전쟁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신호를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간인을 제외한 러시아 공무원과 기업가에 대한 비자 발급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인 지난 2월 말 중단됐다. 이번 회의에서 러시아 관광객에 대한 비자까지 발급을 제한하면 러시아 국민이 어떤 EU 비자를 신청하든 서류 준비부터 비용, 대기 시간 등 발급 전 과정에 걸쳐 발급 요건이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그동안 몇몇 EU 회원국은 대(對)러시아 제재의 일환으로 러시아인들에 대한 EU 관광비자 발급을 중단하자고 제안해왔다. 체코와 폴란드는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러시아 관광객에 대한 비자 발급을 중단했다. 에스토니아는 이미 발급된 비자를 취소하기도 했다. 핀란드는 러시아인 관광 비자 발급을 현재보다 10% 수준으로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비자 발급을 제한한 EU 회원국들은 각국 사이의 무비자 통행을 규정한 국경 개방 조약인 ‘솅겐 조약’ 가입국 모두가 제재에 동참해야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이달 초 워싱턴포스트(WP)와 인터뷰에서 “러시아인은 그들의 철학을 바꿀 때까지 자신들의 세계에서만 살아야 한다”며 서방국가에 러시아인 비자 발급을 일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독일은 전면전인 금지 조치에 대해선 반대하는 입장이다. 조셉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러시아 비자 금지에 대해 규제 대상을 선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을 비롯해 규제에 찬성하는 국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완전한 국경 폐쇄가 아닌 인도주의적인 사유, 망명 신청 및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반체제 인사들의 도피를 허용하기 위해 예외 규정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오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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