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화제의 역사추리소설이 다음달 1일 출판사 리드비를 통해 국내 출간된다. 지난 25일부터 시작된 예약판매가 인기를 끌면서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선 벌써 종합 베스트셀러 21위, 소설·시 부문 7위에 올랐다.
배경은 오다 노부나가가 ‘혼노지의 변’으로 사망하기 몇 년 전인 전국시대. 주인공은 오다를 주군으로 받들다가 반역을 일으킨 무장 아라키 무라시게다. 오다의 군사(軍師) 구로다 간베에는 아리오카성에서 농성을 벌이는 아라키를 설득하기 위해 혼자 찾아간다. ‘반역자’ 아라키는 구로다를 지하 감옥에 가둔다. 여기까지는 실제 역사다. 하지만 구로다가 지하 감옥에 갇혀 있던 1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기록돼 있지 않다. 작가는 상상력을 발휘해 그 1년을 그린다.
오다가 직접 군을 이끌고 오는 가운데 성을 지켜야 하는 아라키는 흔치 않은 결정을 내린다. 성안에 있는 오다군 인질과 가족들을 죽이지 않고 모두 감옥에 가두라는 명령이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인질이던 11세 소년이 살해당한다. 주변은 무사들이 지키고 있었고, 눈까지 내렸지만 발자국 하나 남지 않았다. 완벽한 밀실 살인이다. 성주인 자신의 명을 어긴 일이기 때문에 기강을 위해서라도 아라키는 반드시 범인을 잡아야 한다.
아라키는 지하 감옥에 갇힌 구로다에게 추리를 부탁한다. 사건을 가져오는 존 왓슨과 사건을 해결하는 셜록 홈스의 관계를 연상시키는데, 적인 까닭에 둘의 대면엔 긴장감이 감돈다. 영화 ‘양들의 침묵’에서 미국 연방수사국(FBI) 연수생인 클라리스 스탈링이 한니발 렉터를 만날 때의 분위기와 비슷하다. 둘의 대화는 단순한 사건 해결을 떠나 죽음과 삶 등 인생 전반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둘은 4개의 사건을 해결한다. 야습을 통해 베어 온 적의 수급이 일그러진 표정으로 변한 사건, 오다와 교섭을 위해 보낸 유랑승이 근위 무사가 지키던 암자에서 살해된 사건, 잡은 범인이 누군가의 총에 맞아 죽은 사건 등이다.
소설은 배경만 전국시대인 추리소설에 머물지 않는다. 당시의 고증에 충실할 뿐 아니라 전쟁에 휩쓸린 인물들의 심리를 치밀하게 묘사한다. ‘전진하면 극락. 후퇴하면 지옥.’이라는 소설의 첫 문장처럼 성안의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선 싸워야만 한다’고 외치지만 속마음은 다들 다르다. 주인공 아라키 역시 사람들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의심의 눈초리가 커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런데 구로다는 어찌하여 ‘배신자’ 아라키를 도와 사건을 해결했을까. 그 이유가 드러나는 마지막 반전은 ‘난세(亂世)를 살아가는 개인’이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며 깊은 울림을 준다.
작가 요네자와는 2001년 가도카와 학원 소설 대상에서 <빙과>로 미스터리&호러 부문 장려상을 받으며 프로 작가로 데뷔했다. 지난해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고전부 시리즈’와 ‘소시민 시리즈’ 등으로 한국에도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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