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프랑스, 영국 등 이민자를 대거 받아들이고 있는 국가들에서는 인종 범죄가 단골 이슈다. 주로 중동과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중남미 출신의 난민 혹은 불법 체류자들을 겨냥한다. 피부색이나 종교가 다르다는 사회·문화적 이유, 본국인들의 일자리를 빼앗긴다는 경제적 이유 등이 이민 혐오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극우·보수 성향의 정치인들은 유권자 표심을 얻기 위해 이민자 이슈를 이용하기도 한다.
오는 9월 25일 총선을 앞둔 이탈리아에서도 다시 반(反)이민 정서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극우 성향의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형제들(FdI) 대표가 유력 차기 총리 후보로 급부상하면서다. 이탈리아 민족주의를 기치로 내건 그는 대량 이민을 끝내고 유럽연합(EU)에서도 탈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엔 자신의 극우 공약을 뒷받침하려고 한 아프리카 기니 출신 난민이 우크라이나 여성을 성폭행하는 동영상을 SNS에 올려 논란을 빚었다.
2020년 단행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도 반이민 정서에서 비롯됐다. 동유럽 등 EU 회원국 출신 외국인은 영국인과 동일한 사회보장 대우를 받거나 오히려 더 많은 보조금 혜택을 누리게 하는 당시 영국의 이민정책이 상대적 박탈감을 일으키고, 결국 EU 탈퇴 찬성 여론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비교적 조용한 국가인 뉴질랜드에서도 2019년 3월 무슬림을 겨냥한 무차별 테러사건이 발생해 51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 역시 백인과 타인종에 대한 갈등 때문이었다. 이민에 대한 부정적 의견도 높아지고 있다. 갤럽이 지난달 미국에서 시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민 규모를 늘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미국인은 2년 전보다 7%포인트 줄어들어 2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69%는 이민 규모를 줄이거나 유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경제학계에선 이민이 사회의 역동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민이 우수한 인재를 유입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중요한 통로라는 얘기다. 애플, 구글, 리바이스 스트라우스 등 미국 포천 선정 500대 기업의 45%가량은 이민자 출신들이 세웠다. 2000년대 들어 미국의 노벨과학상 수상자 중 5분의 2가 이민자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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