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전기차 생산시설이 없는 한국GM, 르노코리아조차 내수판매의 일정 비율 이상을 전기차로 못 채우면 기여금을 내야 하는 ‘무공해차 보급목표제’가 올해 시행됐기 때문이다. 현지 생산 전기차에만 대당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주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자국 내 생산을 유도하는 미국과 달리 우리 정부는 사실상 ‘수입 촉진책’을 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까지 국내 완성차업체별 무공해차(전기차 수소차) 내수판매 실적은 정부의 보급 목표에 턱없이 모자란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판매량의 12% 이상을 무공해차로 채워야 하는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상반기 기준 각각 10.9%, 8.8%에 그쳤다. 8% 이상 판매 목표를 부과받은 르노코리아, 한국GM, 쌍용자동차는 각각 1.9%, 0.5%, 0.4%밖에 채우지 못했다.
정부가 무공해차 보급 목표 미달에 따른 기여금을 매길 때 전기차 한 대를 최대 석 대로 환산해 인정해주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차와 기아는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 나머지 3사는 이 기준을 적용해도 사실상 목표 달성이 힘든 상황이다.
3사의 올해 내수판매량이 각각 5만 대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환산 실적 기준으로 1300대씩 전기차를 판매해야 한다. 그러나 상반기에 한국GM과 쌍용차는 각각 81대, 108대를 파는 데 그쳤다. 르노코리아는 516대를 판매했다. 이들 전기차는 대부분 외국산이다. 목표를 달성하려면 수입을 늘릴 수밖에 없다.
정부는 목표 미달 차량 한 대에 60만원의 기여금을 매길 예정이다. 2026년 150만원, 2029년부터는 300만원으로 올라간다. 연간 벌금이 최대 수백억원에 이를 가능성도 있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국내 전기차 생산이 위축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정부의 지나친 보급 목표 때문에 전기차 수입 촉진책으로 변질하고 있는 무공해차 보급목표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