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조각을 만든 예술가는 다름아닌 파블로 피카소(1881~1973). 회화로 더 이름을 알렸지만, 사실 피카소는 조각작품도 꾸준히 남겼다. LACMA에 전시돼있는 '수탉'(The Cock·1932년)은 피카소가 프랑스 북부의 작은 마을인 지조르의 보이젤루프 성에서 머물면서 만든 작품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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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조각에는 비밀이 있다. 피카소가 내연녀인 마리 테레즈 발테르의 겉모습을 부분부분 숨겨둔 것. LACMA는 작품설명에서 "넓은 이마, 짧은 머리, 특징적인 외형(high forehead, short haircut, and pronounced facial features) 등 발테르의 모습을 반영했다"고 말한다.
수탉 조각상뿐만이 아니다. 피카소는 보이젤루프 저택에 머무는 동안 발테르로부터 영감을 받은 작품을 다수 만들었다. 발테르의 흉상을 만드는가하면 그녀의 모습을 회화로 그리기도 했다. 1920년대부터 1930년대 말까지 피카소가 만든 작품 다수가 발테르에게 영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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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피카소는 그 때 우크라이나 출신의 발레리나 올가 코클로바와 결혼한 유부남이었다. 그들 사이에는 아들도 있었다. 변덕스러운 성격의 피카소가 코클로바에게 싫증이 났던 시기에 발테르와의 '금지된 사랑'이 시작된 것이다.
발테르는 피카소가 만났던 수많은 연인 가운데서도 손에 꼽히는 '뮤즈'다. 그는 발테르를 '황금 같은 뮤즈(golden muse)'라고 부르기도 했다. 피카소의 또 다른 연인이었던 프랑수와즈 질로마저 "그녀는 피카소에게 우주적이고 초현실적인 질서와 조화의 상징이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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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미술 경매시장에서 856억원에 낙찰돼 화제를 모았던 '누워있는 벌거벗은 여자'(Femme nue couchee·1932년)도 발테르에게서 영감을 받았다. 여성의 특징을 추상화한 이 그림에 대해 경매 주관사 소더비는 "발테르의 성적매력과 우아함을 동시에 담았다"는 평가를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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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하는 '프리즈 서울'에서도 피카소의 뮤즈들을 볼 수 있다. 뉴욕 애쿼벨라갤러리즈는 발테르의 초상화에 마르를 겹쳐서 그린 '술이 달린 붉은 베레모를 쓴 여자'(Femme au beret rouge a pompon·1937년)을 프리즈에서 선보인다. 2017년 영국 사업가에게 400억원대에 판매된 고가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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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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