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 상장사인 GS리테일 주주들에게 계열사 파르나스호텔은 영 마땅치 않은 존재였다. 7년 전이었던 2015년 8월 재무구조 악화로 어려움을 겪던 GS건설로부터 인수했을 때부터 그랬다.
당시 GS리테일은 유통업과의 시너지가 건설업보다 더 클 것이라는 이유를 내세웠다. 하지만 주주들은 ‘GS건설의 부실을 떠 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았다. 지난해 배달앱 요기요를 총 8000억원(GS리테일 투자액 2400억원)을 들여 사들였을 때도 “코로나로 회사에 부담만 주는 파르나스호텔을 팔아 자금 부담을 덜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런데도 GS리테일은 호텔사업을 포기하기는커녕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5성급 독자 브랜드를 선보이고, 비즈니스 호텔인 ‘나인트리’도 빠르게 확장 중이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코로나를 계기로 고급 호텔에 투숙하는 데 돈을 아끼지 않은 소비 트렌드가 굳어진 와중에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까지 겹쳐 예약률도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달 22일 제주 중문관광단지에 307객실 규모로 문을 연 ‘파르나스호텔 제주’가 대표적이다. 30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파르나스 제주의 성수기 객실 1박 숙박료는 가장 작은 방(딜럭스킹) 기준 60만원에 육박해 인근의 롯데호텔보다 비싸게 책정됐다. 비싼 숙박료와 '신생 브랜드'라는 위험성을 안고 있음에도 파르나스 제주는 오픈 후 한달 간 매일 90% 이상 예약률을 보이는 등 사실상 ‘풀 부킹’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 호텔은 파르나스호텔의 첫 5성급 자체 브랜드다. 파르나스호텔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와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두 호텔은 글로벌 호텔 체인 인터콘티넨탈호텔그룹(IHG)과 브랜드 계약을 맺은 프랜차이즈 호텔이다.
파르나스호텔의 자체 브랜드 론칭은 호텔경영에 쌓인 자신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호경 파르나스호텔 제주 총지배인(상무)은 “1988년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를 선보일 때는 국내 호텔 산업의 수준이 높지 않았고, 운영 능력도 떨어졌다”며 “30여년이 흘러 노하우가 많이 쌓인 만큼 제주에서 자체 브랜드를 통해 운영 능력을 입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트폴리오 다각화도 가속하고 있다. 2012년 말 서울 명동에 1호점을 낸 비즈니스호텔 ‘나인트리’는 이후 명동2호점, 인사동점, 동대문점, 판교점을 잇달아 열었다. 파르나스호텔은 서울 용산 한강로 ‘용사의 집’에 여섯번째 나인트리를 오픈하기로 최근 확정했다.
나인트리는 3~4성급 호텔임에도 양질의 서비스로 호평을 받고 있다. 리투아니아 대통령 부부가 2019년 방한 당시 나인트리 인사동점을 비공식적으로 방문한 게 입소문을 타기도 했다.
2019년 3056억원 매출에 63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영업이익률이 20.8%에 달했던 파르나스호텔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아 2020년 적자(177억원)로 돌아섰다. 하지만 지난해 36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흑자전환했고, 올해는 그 폭이 더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신한금융투자가 예상한 파르나스호텔의 올해 영업이익은 작년의 10배가 넘는 390억원(영업이익률 13.7%)이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파르나스호텔은 매년 2분기 지급하는 재산세 비용이 129억원에 달했음에도 불구하고 반기 실적발표 전 예상됐던 영업이익을 크게 웃도는 성적을 올렸다”며 “앞으로 호텔 실적이 회사에 미치는 영향력은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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