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령 그린란드의 빙하가 지구 온난화로 빠르게 녹으면서 결국 지구 전체의 해수면이 최소 27㎝(약 10인치) 상승할 것이라는 연구가 나왔다. 기존 연구보다 두 배 가량 확대된 숫자다. 최근 세계 곳곳을 휩쓸고 있는 가뭄, 홍수 등 이상현상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일고 있다.
덴마크·그린란드 지질연구소 소속 연구팀은 29일(현지시간) 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에 이 같은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가장 큰 원인을 지구 온난화에 따른 좀비 빙하(zombie ice)에서 찾았다. 대형 빙하는 원래 눈으로 보충되면서 크기를 어느 정도 유지하는데, 지구 온난화로 빙하는 빠르게 녹는 반면 강설량은 줄어들고 있다. 연구팀은 좀비 빙하를 일종의 죽은 빙하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윌리엄 콜건 빙하학자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좀비 빙하는 녹아서 (바다로)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하며 인류가 당장 탄소 배출을 중단한다 해도 되돌릴 수 없다고 했다. 제이슨 복스 빙하학자도 “(인류가) 무덤에 한 발짝 들어선 것”이라고 전했다.
이 숫자는 과학자들의 이전 예상을 훌쩍 웃돈다. 이전 연구에서는 그린란드의 빙하가 녹을 경우 2100년까지 해수면이 2~5인치(6~13㎝)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진은 해수면이 27㎝ 상승에 그치면 그나마 다행이라는 전망을 냈다. 최악의 경우 유아 키 수준인 78㎝(약 30인치)까지 상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이들은 그린란드 빙하의 3.3%가 녹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으며 양으로 환산하면 110~120조t이라고 계산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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