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살 때 '위작' 피하려면 최소 세 번 검증하라"

입력 2022-08-30 18:18   수정 2022-08-31 00:27


“아트페어가 처음이라면 ‘뭘 사야겠다’란 생각은 접어두세요. 그냥 본능이 이끄는 대로 발걸음을 옮기는 겁니다. 그러다 마음을 흔드는 작품을 만나면 주저 말고 물어보세요. ‘얼마인가요? 왜 그렇게 비싼가요?’라고. 큰손 컬렉터들도 그렇게 시작했으니, 부끄러워할 필요 없습니다.”

29일 서울 한남동 파운드리서울 갤러리에서 열린 소더비인스티튜트오브아트(SIA)의 ‘아트 오브 컬렉팅 이그제큐티브 코스’ 수업 현장. 다음달 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프리즈 서울 2022’ 참석자를 위해 SIA가 마련한 ‘족집게 코스’다. 이날 수업에서 ‘컬렉팅개론’을 맡은 베시 토머스 SIA 교수는 나이도, 성별도 제각각인 20여 명의 ‘학생’에게 이렇게 말했다. 뉴욕에서 줌으로 연결한 토머스 교수는 크리스티 뉴욕의 부회장을 지낸 미술계 거물이다.
“모르면 묻고, 요청하라”
이날 하루 문을 닫은 파운드리서울 갤러리에선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컬렉팅의 기초부터 유형, 아시아 미술시장의 특징, 아트 파이낸스, 미술품 실사 방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의 강의가 이어졌다.

토머스 교수는 미술 컬렉팅을 4단계로 구분했다. 좋아하는 그림을 그냥 사는 ‘취향 중심의 수집’이 1단계라면, 자신의 지위와 권위를 알리기 위해 당대 가장 인기 있는 아티스트 작품을 구입하는 ‘지위형 수집가’는 2단계라고 했다. 시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의 원칙에 따라 수집하는 ‘집중형 수집가’는 3단계, 1~3단계를 모두 접목해 다양한 작품들을 수집하는 ‘거미줄형 수집가’는 4단계로 그는 나눴다.

토머스 교수는 “자신이 어떤 유형에 속하든 끊임없이 시장을 지켜보고, 그림과 작가에 대해 배우려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림을 사기 전에 아트북과 전시 도록, 갤러리 오프닝 참석 등을 통해 지식과 정보를 축적해야 좋은 작품을 살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미술 시장과 아티스트에 관한 뉴스를 챙겨보고, 실력있는 팟캐스트를 듣는 것도 수집품의 질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토머스 교수는 “좋은 수집가가 되고 싶다면 위대한 예술가가 왜 유명한지 알고 있어야 한다”며 “마음에 드는 그림을 봤을 때 갤러리스트와 작가, 딜러에게 더 예리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수집가가 (일반 수집가에 비해) 유리하다”고 했다. 그는 작가의 나이와 건강 상태, 비엔날레 참가 이력, 가격 리스트 등을 적극적으로 요청하는 것도 좋은 컬렉터의 자세라고 설명했다.
“위작 피해 막으려면 삼각검증법을”
근현대 아시아 미술의 석학이자 SIA 미술사 과정 학장인 케이티 힐 교수는 이날 현장에서 직접 강의했다. 그는 이날 중국 근현대 미술과 수묵화 장르가 어떻게 주목받게 됐는지, 아시아가 어떻게 세계 미술시장의 중심으로 떠오르게 됐는지 등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중국 문화혁명 이후 태어난 세대들이 문화예술 지원과 투자에 나서면서 중국은 이제 세계 5위 미술시장이 됐다”고 말했다.

이날 컬렉터들이 가장 큰 관심을 보인 강의는 ‘예술법: 미술품 진위여부 감정& 미술품 실사’였다. 런던에서 줌으로 연결된 헨리 리디아트 교수는 1978년부터 런던예술대 등 주요 미술대에서 예술법을 가르쳐온 전문 변호사다. 리디아트 교수는 “잘못 구매한 미술품은 돈세탁에 연루된 것일 수도 있다”며 “하나의 정보만 믿지 말고 ‘삼각검증법’을 쓰라”고 했다. 최소 3개 이상의 독립적인 소스를 통해 미술품 정보들을 검증해봐야 한다는 것. 또 위작 논란을 없애기 위해 작가 서명을 요구하거나, 진품 증명서를 요청하는 등 철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세상 수백만 개의 예술작품 가운데 2차 거래시장에 나오는 작품은 수백 개에 불과합니다. ‘진품 증명서를 써달라’고 요청하지 않으면 작가들은 굳이 써주지 않죠. 구매자가 철저하게 대비하는 게 위작 피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SIA는 278년 역사의 영국 경매회사 소더비가 1969년 설립한 미술 전문 교육기관이다. 아트 비즈니스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으며, 뉴욕과 런던 캠퍼스에서 지금까지 8000여 명의 석사를 배출했다. 한국에는 2019년부터 지사를 두고 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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