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둔화에도 꿋꿋한 美 고용…3회 연속 0.75%P 인상 힘받나

입력 2022-08-31 17:17   수정 2022-09-01 00:57

미국 기업의 노동 수요가 공급을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시장이 강력한 것으로 재확인되자 미국이 3회 연속 기준금리를 75bp(1bp=0.01%포인트)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유럽에서도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75bp 인상)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월가에선 증시 전망에 대해 비관적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기 순환주보다 방어주로 피신하라는 조언이 늘고 있다.

○구인난에 임금발 인플레 가능성
30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기업들의 구인 건수는 1120만 건으로 6월보다 20만 건 증가했다. 7월 퇴직자 수는 420만 명으로 전월보다 10만 명 줄었으며, 고용 건수는 640만 건으로 6월보다 10만 건 감소했다.

미국 기업의 구인 건수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구인난이 가중된 지난해 여름 이후 1000만 건으로 늘어난 뒤 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기업의 구인 건수는 여전히 일자리를 찾는 노동자 수를 크게 넘어선다”며 “여전히 많은 기업이 빈 일자리를 채우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용지표가 호조를 보이자 임금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졌다. 구인난 속에서 고용주는 노동자를 찾기 위해 더 높은 임금을 줘야 한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날 공개된 8월 소비자 신뢰지수도 급등했다. 경제 지표가 좋게 나오자 그렇지 않아도 공격적인 미국 중앙은행(Fed)이 긴축의 고삐를 더욱 조일 것이란 공포가 퍼졌다. 이날 주요 지수는 1% 안팎 하락한 채 거래를 마쳤다.

무함마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수석고문은 “채용 공고 수가 늘어난 것이나, 소비자 신뢰가 개선된 것은 좋은 소식이지만 이들 지표는 Fed를 더욱 매파적으로 만든다”고 분석했다.
○“기준금리 높게 유지”… 비관론 확산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지난 25~27일 잭슨홀 회의에서 긴축 기조를 밝혀 시장에 충격을 줬다. 이날도 Fed 인사들은 매파적 발언을 쏟아냈다.

존 윌리엄스 뉴욕연방은행 총재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Fed는 2%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하는 데 완전히 전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준금리를 연말까지 상당히 높여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며 “인플레이션이 아직 너무 높다”고 지적했다.

토머스 바킨 리치먼드연은 총재도 웨스트버지니아주의 한 행사에 참석, “인플레이션을 2% 목표치로 돌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면서도 금융정책 효과에 시차가 있는 만큼 “인플레이션이 곧바로 내려올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연은 총재도 “물가안정 의지는 확고부동하다”고 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고강도 긴축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럽연합(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한 해 전보다 9.1% 상승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31일 발표했다. 마디스 뮐러 에스토니아 중앙은행 총재는 “다음번 ECB 회의에서는 75bp 인상안이 선택지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강도 긴축 공포 속에서 월가에선 비관론이 힘을 얻고 있다. 호라이즌인베스트먼트의 스콧 래드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금은 나쁜 경제 뉴스가 그냥 나쁜 뉴스일 뿐”이라며 뒤바뀐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종전까지 나쁜 뉴스는 ‘Fed의 피봇(정책 기조 전환)을 유도할 수 있다’는 이유로 증시에 호재로 작용했으나 앞으로는 이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논리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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