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 있습니다"…당 주류와 각 세운 국민의힘 초선 3인방

입력 2022-09-05 14:12   수정 2022-09-06 18:31



'초선의 가장 큰 목표는 재선'

여의도 정치권에서 오래 전부터 회자돼 온 말이다. 일단 총선을 통해 원내에 진입하면 가능한 오래 금뱃지를 달고 싶어하는 것은 모든 정치인들의 생리다. 하지만 이같은 목표 의식은 초선들 사이에 특히 강하다.

초선을 거쳐 재선이 되는 좁은문을 통과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아서다. 21대 국회의 경우 초선은 151명, 재선은 71명. 둘 중 한명 정도만 재선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인지 공천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당 지도부의 눈치를 보는 경향도 강하다. 법원 판결로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의 직무가 정지된 지난 26일 이후 국민의힘 초선들이 그랬다. 상당수 중진들이 "법원 판결을 따라야 한다"며 직무 대행 체제 복귀와 새 원내대표 선출을 주장하고 있지만, 초선 의원들은 재선의원들과 함께 새 비대위 구성에 힘을 실었다.

여론과 동떨어진 방향으로 국민의힘이 나가고 있는 이유다. 지난달 30~31일 뉴스토마토 여론조사에서 48.4%가 직무대행 체제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지난달 12~14일 KBS 조사에서는 52%가 비대위 전환 자체를 근본적으로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초·재선 의원 대부분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의원들이 있다. 김웅 허은아 김병욱 의원 등이다. 대부분의 초선 의원들이 소위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불리는 당 주류와 입장을 같이한지 오래인 가운데 기자의 궁금증은 하나로 모아졌다. '도대체 다음 총선 공천은 어떻게 하려고. 재선하기 싫은건가'

이들 초선 의원 3인방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웅, "쫓겨나는게 권성동이라도 똑같이 행동"
김웅 의원은 가장 일찍부터 당 주류와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이준석 전 대표가 징계를 받던 7월 8일에는 남이 장군에 빗대 이 전 대표를 옹호했으며, 권성동 원내대표와 윤 대통령 사이의 문자 메세지가 공개된 지난달 26일에는 '내부총질'이라는 제목과 함께 대선 당시 이 대표의 활약을 담은 사진을 게재했다.

당이 본격적으로 비대위 전환을 시작한 지난달에도 명시적으로 비대위 전환을 반대했다. 지난 3일에는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에 반대하는 당원 모임에 참석해 "전당대회를 맞이해 진지를 만들고 우리가 당을 장악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음은 김 의원과 주고 받은 말이다.

▶자꾸 다른 의원들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데 초선으로서 부담은 없나. 왜 그러나.

"지난 정부에서 더불어민주당에 다른 목소리가 거의 나오지 않는 것을 두고 바깥에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개탄했었나. 우리도 마찬가지다. 비합리적인 상황을 두고 다른 목소리가 없고, 활발하게 토론이 되지 않는다면 국민들은 국민의힘을 똑같은 이유로 신뢰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정당에 대한 지지는 여론 추이에 따라 부침을 겪기 마련이다. 목소리를 내야할 때 목소리를 내주는 세력이 당 내에 없으면 떠났던 국민들이 다시 돌아오기 어려워진다."

▶'친 이준석' 내지는 '이준석계'로 지칭되기도 한다. 진짜 이 전 대표랑 친하나.

"왜 굳이 '이준석계'로 부르는지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비대위 전환 등의 이슈는 옳고 그름의 문제인데 자꾸 세력 다툼으로 비추고 싶은 거다. 세력 다툼이 되면 세의 대결이 될 뿐 누가 틀리고 한 것이 아니니까.

지금 세력을 이루겠다고 이 전 대표를 옹호하는게 정치적으로 무슨 도움이 되나. 이 전 대표가 돌아와 공천이든 당직 인선이든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은 거의 없지 않나. 굳이 정치적 맥락을 섞어 소신 있는 발언을 평가 절하하려는 시도 때문에 '친 이준석' 등의 말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당의 결정이 그렇게나 잘못됐나.

"나도 검사 출신이지만 판결을 마음대로 해석해서는 안된다. 지난 정부에서 민주당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옹호하며 하던 '내로남불'식 판결 해석이다. 가처분 인용을 놓고 당에서 해석하는 판결에 공감하는 국민들이 얼마나 되나. 이 전 대표 이야기를 했는데 나는 권성동 원내대표가 똑같은 상황에 부닥쳤더라도 이런 상황이라면 옹호했을 거다. 대상이 누구냐가 문제가 아니라 당 의사결정 결과와 시스템이 옳고 그르냐의 문제다."

▶윤핵관이 2선 퇴진했다지만 다음 총선에서도 공천 등에 깊이 관여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반기를 드는게 재선에 불리하지 않을까.

"당이 잘못된 결정을 거듭하면 공천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재선이 어렵다. 지금도 민주당이 서울 및 수도권을 대부분 장악하고 있지 않나.

정말로 다음 총선을 생각한다면 당의 결정에 침묵만 하고 있어서는 안된다. 다행히 여기에 공감하는 의원들이 계속 늘고 있다."
허은아, "이런 목소리가 있다는 걸 보여줘야"
법원의 가처분 인용 결정이 내려지고 처음 열린 지난달 27일 의원총회를 취재했던 기자들은 잊을 수 없는 장면이 하나 있다. 의총이 시작된지 2시간여만에 허 의원이 상기된 표정으로 의총장을 나서던 모습이다.

의총에서 허 의원은 "지도부는 법원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며 비대위 체제 전환 반대와 권 원내대표 사퇴 등을 주장했다. 이같은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허 의원 등은 의총장을 떠났고, 이후 의총에서는 새 비대위 구성을 결정했다.

국민의힘이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를 차례로 열며 새 비대위 구성에 속도를 내고 있는 5일에도 "관련 안건이 전국위에서 부결되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허 의원은 "권력의 눈치를 보며 박자를 맞추는 정치는 자유도 아니고 민주주의도 아니다"며 "비대위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보수의 가치를 구현하기 위한 당 시스템을 재정립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당 주류에 반기를 드는 건 정치적으로 불리한 선택 아닌가.

"처음 받는 질문이라 뭐라 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초선이라 그냥 다른 생각 없이 옳다고 생각한 것을 이야기했다고밖에는…

정치를 시작하며 보수당을 택한 이유가 자유와 법치라는 가치 때문이었다. 여기에 일치되는 판단을 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컸다."

▶그런 행보에 부담은 없나.

"정치를 하기 전인 2년 반 전을 돌이켜보면 '내가 응원하는 당에 내가 생각하는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민이 생각하는 바와 가까운 이야기를 해주는게 중요하다. "당 내에 이런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의미있지 않을까."

▶이 전 대표 편을 드는 걸로 비치기도 하는데 정말로 친하나.

"'친 이준석'이라고도 하던데. 실제로 그런게 존재하는지 모르겠다. 다만 대변인을 맡으면서 가까이서 지켜봤던 이 전 대표의 활동에 공감하는 부분은 분명히 있다.

태도 관련 논란이 있었던 것은 알지만, 이 전 대표가 당을 끌고 가려 했던 방향, 개혁하려고 했던 지점에서 틀렸다고 생각한 부분은 없었다. 가까이서 보고 느낀 대로 이야기할 뿐이다."

▶지금 행보 때문에 공천 못 받으면 어떻게 하나.

"그 부분은 생각해 보지 않았다. 다만 내가 할 말을 못 하면서 재선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김병욱, "대세가 곧 참은 아니다"


새 비대위 구성과 관련해 본인의 의사를 밝힌 의원들을 보면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안철수 윤상현 최재형 의원 등 새 비대위 구성을 반대하고 있는 의원들은 수도권, 찬성하는 의원들은 영남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이 많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윤핵관인 장제원 의원이 부산, 비대위원장을 맡았던 주호영 의원이 대구에 강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정치인이라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런 점에서 포항이 지역구인 김병욱 의원은 이른바 비주류 초선 중에서도 두드러진다.

지난달 27일 의원총회 직후 국민의힘 의원 단톡방에서 김병욱 의원은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를 내쫓기 위해 작위로 일부 최고위원들이 사퇴쇼를 벌인 것은 부당하며, 위법이니 이준석의 당대표 지위는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 법원 결정의 핵심 아닌가"라고 말해 친윤 배현진 의원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지난 4일 이 전 대표의 대구 기자회견과 관련해서는 "이준석은 여의도를 유령처럼 떠도는 반지성주의를 국가가 위기일 때마다 중심을 잡아온 대구가 앞장서 막아달라 내쳐달라 호소했다"며 "헌법과 민주주의마저 가소로이 짓밟는 우리 안의 반지성주의와 맨몸으로 싸우며 이준석은 지사(志士)가 되고 또 지도자가 되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소위 당 주류에 시각과 너무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 아닌가.

"(가처분 인용) 판결 결과를 국민의 시각에서 보자는 것이다. 국민들은 이미 지난 판결로 비대위 체제가 무너진 것으로 생각하고, 지속하기 힘든 것으로 본다.

이렇게 국민들의 판단이 명쾌한데도 굳이 다른 길을 가는 것을 국민들은 꼼수로 본다."

▶초선으로 대세와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이 쉽지 않을텐데.

"보좌진으로 2003년 국회에 와서 많은 것들을 봤다. 그 중 하나가 대세라는 것이 참 의미 없고 빨리 바뀐다는 거다.

중요한 것은 기준과 원칙이다. 보이는 대세만 따라다니다 거기 휩쓸려서 사라지는 것이 정치판이다."

▶영남권 의원으로서 다음 총선 공천에 불리하지 않을까.

"초선들은 대부분 공천이 중요하다보니 눈치를 보기 마련인데 본인이 기준을 잡고 가지 않으면 공천을 받지 못한다. 그런 점에서 지금 나의 생각과 방향이 꼭 불리한 선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지역구에서는 안좋은 말씀을 하시는 분도 있다. 그럴 때마다 내가 가진 생각을 설명 드리려 노력한다."

▶본인은 '친 이준석'인가.

"현재 국민의힘 의원 중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정치인이 권성동이다. 개인적으로 호감이 있을 뿐 아니라 겉과 속이 같은 정치 스타일을 항상 배우려 하고, 나 스스로 지향하는 바다. 이준석과도 특별한 친분은 없다.

다만 당 전체의 시스템과 관련된 부분이 되면 다른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다. 권 원내대표가 수습 역할은 맡을 수 있지만 비대위 체제를 계속 끌고 갈 수는 없다.

당 대표 대행체제로 복귀해 이준석에게 자진 사퇴하고 퇴진할 길을 열어주자는게 내 생각이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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