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의원은 3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나는 일관되게 비대위가 아니라 (당 대표) 직무대행 체제로 가는 게 옳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며 “제 소신과 생각을 지키면서도 당에 불편을 주거나 당 지도부가 가는 방향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 수 있는 방향이 있을까 고심한 끝에 직을 내려놓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전날 의원총회에서 비대위 전환 요건을 구체화하는 당헌·당규 개정을 통해 추석 전까지 새 비대위를 구성하기로 했다. 법원이 지난 26일 이준석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며 주호영 비대위원장의 직무가 정지된 데 따른 조치다. 하지만 서 의원이 새 비대위 구성에 반대하며 당헌 개정을 위한 전국위 소집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고 공언하면서 새 비대위 구성이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대표적인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은 이날 2선으로 후퇴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장 의원은 페이스북에 “앞으로도 윤석열 정부에서 어떠한 임명직 공직을 맡지 않겠다”며 “이제 지역구 의원으로서의 책무와 상임위 활동에만 전념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계파 활동으로 비칠 수 있는 모임이나 활동 또한 일절 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당 내홍의 중심에 있었던 권 원내대표와 장 의원이 잇따라 2선으로 물러나는 모양새를 갖춘 것이다. 권 원내대표는 전날 의원총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되고 나면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고 했었다.
국민의힘은 서 의원이 의장직을 사퇴하자마자 상임전국위 소집요구서를 제출했다. 윤두현 전국위 부의장이 전국위 의장 직무대행을 맡았다. 국민의힘은 이르면 9월 2일 상임전국위를 통해 당헌 개정안을 처리하고 추석 전날인 8일 비대위를 출범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새 비대위 구성에 반대하는 중진 의원들이 ‘당원 투표’ 카드까지 꺼내들면서 난항이 예상된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전날 의총에서) 절반 정도가 비대위에 대한 반대 의견을, 또 절반 정도가 비대위에 대한 찬성 의견을 밝혔다”며 “비밀 투표에 부쳤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서 의원이 전국위 의장직을 사퇴한 것을 두고 “왜 책임져야 할 자들은 갈수록 광분해서 소리 높이고 소신 있는 사람들은 자리를 떠나야 하나”고 비판했다. 그는 또 다른 게시글을 통해 “대선 때도 이들이 2선 후퇴한다고 한 뒤 인수위가 출범하자 귀신같이 수면 위로 다시 솟아오르지 않았냐”며 “(2선 후퇴는) 위장거세쇼”라고 비꼬았다. 이어 “애초에 이들이 기획한 자들이 아니라 이들에게 이 모든 것을 시킨 사람이 있었다는 이야기”라며 사실상 윤 대통령을 직격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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