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값 상승 여파로 서울의 아파트 신축 공사비가 사상 처음으로 3.3㎡당 900만원을 넘어섰다.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 공사비 부담까지 커지면서 올해 전국 주택 착공 물량은 작년보다 30%가량 줄었다. 민간 부문을 통한 정부의 주택 공급 계획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3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 동대문구 용두1-6구역 재개발조합은 최근 총회를 열어 현대엔지니어링·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공사비는 3.3㎡당 922만5000원(총 6614억원)으로 책정됐다. 역대 아파트 신축 공사비 중 최고액이다. 종전 최고액은 지난 6월 시공사를 선정한 서울 서초동 아남(166가구) 재건축사업(3.3㎡당 875만원)이었다.
업계에서는 조합이 사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 원자재값 상승분을 선제 반영해 공사비를 높게 책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용두1-6구역 재개발은 서울지하철 1호선 청량리역 왼쪽 저층 주거지를 허물고 그 자리에 지하 8층~지상 최고 61층 아파트 999가구와 오피스텔 85실을 짓는 사업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강북의 1000가구 규모 아파트 공사비가 3.3㎡당 900만원을 넘은 것은 이례적”이라며 “공사비 부담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서울의 평균 아파트 공사비는 매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주거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의 재건축·재개발 사업장 공사비는 3.3㎡당 578만5000원으로 전년보다 10% 뛰었다.
주택 수요 위축에 공사비까지 급증하자 착공을 미루는 사업장도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전국 주택 착공 물량은 22만3082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28% 급감했다. 아파트 착공 물량은 16만7622가구로 27.2% 줄었다. 박합수 건국대 겸임교수는 “분양가 인상이 제한된 상황에서 공사비만 급격히 오르면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지연되면서 정부의 민간 주도 주택 공급 정책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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