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한경닷컴 취재에 따르면 운용자산(AUM) 수탁고 상위 자산운용사 5곳(삼성·미래에셋·KB·한화·신한)은 단일주식을 앞세운 혼합형 ETF 출시를 위해 내부적으로 종목 선정을 마쳤다.
이들 기업은 대표 주식종목 한 개를 선별한 뒤 포트폴리오의 남은 공간은 채권으로 채워넣는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해당 단일주식의 비중 상한은 30%다. 기업들은 가급적 대표종목이 겹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 결과 최종적으로 삼성자산운용은 국내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미국 전기차 대표주인 '테슬라'를 단일주식으로 담기로 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화자산운용은 미 대표 기술주인 '애플'을 낙점했다.
단일주식으로 구성하지 않기로 한 운용사들도 있다. KB자산운용은 삼성 주요 계열사 3사(삼성전자·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SDI)를 선정하고 남은 비중은 3년 만기 국채에 투자할 예정이다. 이 때 주식과 채권의 비중은 4:6으로 할 방침이다. 신한자산운용은 미국 나스닥·S&P500 톱5 종목에 동일 가중으로 투자하기로 했다. 테슬라·애플·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아마존 등 5종목이다.
이른바 '삼성전자형 ETF' '테슬라형 ETF' 등이 등장할 수 있게 된 것은 관련 제한 규정이 바뀌면서다. 금융투자업규정 제7-26조에선 상장지수펀드의 지수를 구성하는 종목이 반드시 10종목 이상(국채 등은 3종목 이상)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주식지수와 채권지수를 혼합한 혼합지수를 기초지수로 삼는 ETF의 경우 지수별로 10종목씩 최소 20종목으로 자산구성내역(PDF)을 꾸렸어야 했다. 최소 주식 10개, 채권 10개에 투자해야 했던 것이다.
업계는 투자수요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전자나 테슬라, 애플 등 국민주식으로 불리는 주식들을 종목명으로 끌어오면 직관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급등락이 가능성이 큰 성장주를 높은 비중으로 담을 경우, 비교적 안정적인 채권이 변동성을 잡아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운용사 한 관계자는 "이미 일반 펀드시장에선 삼성전자 한 종목만 담고 나머지는 채권으로 채우는 펀드상품이 나와있다"며 "지수가 필수인 ETF만 분산투자의 이유로 관련 규제에 막혀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채권혼합형 상품 자체가 큰 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상품은 아니지만 인기 있는 시총 상위주를 내세우면 지금 같은 불안한 장세에 제한된 수요는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퇴직연금 계좌로 투자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인 지점"이라고 했다.
한편 한국거래소는 출시 의향을 표한 운용사 5곳을 대상으로 조만간 수요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목표 상장 시기는 오는 10월이다. 제도가 개선된 이후 첫 상장인 만큼 관련 운용사들의 상품을 동시 상장할 방침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운용 업계에서 꾸준한 요청이 있었던 만큼 상위 운용사들은 대부분 출시 의향을 보였다"며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상장예비심사 신청을 받을 예정이며 10월 중에는 상장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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