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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BTS)은 충분히 그래미를 탈 자격이 있습니다. 언젠가 한국 엔지니어가 만든 한국 뮤지션 앨범으로 그래미를 타는 게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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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에 빠진 그를 구원한 것은 음악이었다. 친구가 워크맨으로 들려준 미국 힙합 가수 나스의 음악은 그를 충격에 빠뜨렸다. 그동안 음악이라고는 집과 교회에서 들은 찬송가뿐이던 그에게 힙합은 신세계였다. 이후 친척들을 통해 한국 가수 드렁큰타이거와 룰라, DJ DOC의 음악을 들었다. 그는 “미국에 사는 동양인으로서 그때 음악으로 성공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봤다”고 했다. 그렇게 음악 엔지니어의 길을 가기로 결심했다.
그는 할리우드 음악학교 ‘뮤지션스 인스티튜트(MI)’를 수석졸업했지만, 유명 스튜디오에서 번번이 거절당했다. 가까스로 저스틴 비버, 원디렉션, 나스, 니키 미나지의 스튜디오로 잘 알려진 LA의 ‘찰리스 레코딩 스튜디오’에 들어갔다. 5년간 무급 인턴 생활을 하며 매일 9시에 출근해 복도와 화장실 청소, 음식 배달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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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었지만, 포기하지 않았어요. 음악이라는 단 하나의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죠.”
열정은 통했다. 평소 음악을 듣는 귀가 좋고 손이 빠른 그에게 사람들은 일감을 하나둘 맡겼다. 빠른 작업 속도와 아티스트를 향한 그의 예의 바른 태도가 그를 금세 유명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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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가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음악 매거진 ‘롤링 스톤’은 올해 최고의 앨범 1위로 선정했다. 그해 그래미 어워드에서 무려 11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는 기염을 토했다.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 다음으로 역대 최다 기록이다. 올해의 앨범은 받지 못했지만 그래미 5관왕을 수상했다.
데이비드는 단숨에 가장 핫한 믹싱 프로듀서로 떠올랐다. 아리아나 그란데, 존 레전드, 트래비스 스콧 등 팝스타들이 그와 앨범 작업을 하기 위해 줄을 섰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아티스트로 닙시 허슬을 꼽았다. 게토의 흑인 젊은이들을 위한 직업훈련소를 세우는 등 사회운동가로도 활약한 허슬과 죽기 전 마지막 앨범을 작업한 것.
“그와 작업 중에 갑자기 허슬이 직접 물을 사 오더니 모든 사람에게 나눠줬어요. 그걸 보면서 성공한 사람도 이렇게 겸손할 수 있구나, 어쩌면 그 겸손함이 성공으로 이어진 것일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어요.” 허슬과 작업한 앨범 ‘랙스 인더 미들’은 2019년 그래미 베스트 랩 퍼포먼스상을 받았다. 그는 다짐했다. 앞으로 어떤 상을 받더라도 좋은 사람이 될 것이라고.
데이비드는 어린 시절 우상이던 타이거JK와 K팝 스타 태연, 백현, 카이와도 앨범 작업을 했다. 그는 “한국 뮤지션들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뛰어나다”며 “그들과 일한 것은 내가 가진 노하우와 K팝 사운드를 합쳐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K팝으로 글로벌 위상을 높인 BTS가 연이어 그래미상 수상에 좌절한 것에 대해 그는 “그래미상에는 사회, 문화, 정치 등 모든 것이 혼합돼 있다”며 “지금처럼 계속 노미네이트된다면 언젠가는 세상에 그들의 음악을 증명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K팝이 세계 시장에서 성공한 반면 한국의 음악산업 자체는 아이돌에만 집중됐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미디어에서 단지 그것밖에 보여주지 않으니 성공 방식이 획일화한 건 아닐까요. 앞으로 음악 교육을 통해 그런 편견을 부수고 싶어요.”
데이비드는 한국의 젊은 프로듀서와 엔지니어를 위한 음악 교육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온라인 클래스 플랫폼 ‘클래스101’에서 믹싱에 관해 교육하고 있다. 그의 꿈은 이제 한국과 미국 음악계의 다리가 되는 것. 그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포부를 밝혔다.
“누구나 음악으로 성공할 수 있고, 다양한 길이 있다는 것을 알려줄 것입니다.”
방준식 기자 silv00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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