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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최대 무역적자의 가장 큰 원인은 에너지 수입 증가다. 3대 에너지(석유·석탄·가스) 수입액은 185억2000만달러로 지난해 8월(96억6000만달러) 대비 89억달러(91.8%) 늘었다. 1년 만에 수입액이 거의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당분간 바뀌기 어렵다는 점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올겨울 ‘가스 대란’ 우려로 국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데다 국제 유가도 배럴당 90달러 안팎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반도체 수출이 꺾인 점도 악재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107억8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7.8% 감소했다. 반도체 수출은 16개월 연속 100억달러를 넘었지만 소비자 구매력 감소와 과잉 재고 등에 따른 수요 약세로 26개월 만에 감소했다. 시장에선 신규 중앙처리장치(CPU) 출시 지연과 그간 축적된 재고 등으로 당분간 가격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반도체 D램 고정가격은 올해 1분기 3.41달러에서 2분기 3.37달러로 내렸고 3분기에는 2.88달러, 4분기에는 2.50달러까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는 한국 전체 수출의 약 20%를 차지한다. 반도체 수출 악화가 전체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또 15대 수출 품목 중 반도체를 포함해 석유화학, 디스플레이, 무선통신, 선박 등 9개 품목의 수출이 지난달 감소세를 보였다.
다만 무역적자는 에너지 수입이 많은 일본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등 주요국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산업부는 밝혔다. 올 상반기 기준 무역 상위 10개국 중 중국 독일 네덜란드 3개국만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그나마 독일과 네덜란드는 흑자 규모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줄었다.
한국과 산업구조가 비슷한 일본의 경우 작년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12개월 연속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누적적자만 9조4000억엔에 달한다. 독일은 에너지 가격 급등 여파로 올 상반기 기준 무역흑자가 1년 전보다 64.5% 줄어든 343억유로에 그쳤다.
김소현/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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