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된 주식의 가치가 상승하면 그 회사의 시가총액도 오르게 됩니다. 하지만 기업의 시가총액, 즉 주식의 가치는 단순하게 평가받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해 매출이 6조8000억원인 네이버의 시가총액은 38조원대입니다. 같은 해 매출이 117조원대인 현대차의 시가총액은 41조원입니다. 시가총액은 매출 또는 이익에 따라 단순 비례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주식의 가치는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요? 주식시장에는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 우선 가장 대표적인 게 주가수익비율(PER)입니다. PER은 ‘Price Earning Ratio’의 약자입니다. 주가를 주당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수치를 말합니다. 주당 당기순이익은 그 회사가 벌어들이는 지배주주 순이익을 그 회사가 발행한 주식수로 나눈 것입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삼성전자는 지난해 39조243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습니다. 삼성전자의 발행 주식수는 총 67억9266만9250주입니다. 지배주주 순이익을 발행 주식수로 나누면 주당 5777.37원이 나옵니다. 그리고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 주가인 7만8300원을 5777.37원으로 나누면 13.5배가 나옵니다. 삼성전자의 2021년 말 기준 PER은 13.5배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주가는 미래 가치를 현재에 반영하는 숫자입니다. 지난해 기준 순이익을 지표로 삼으면 미래 가치를 반영한다고 보기 어렵겠지요? 그래서 주식 가치를 계산할 때는 지난해 순이익이 아니라 1년 뒤 그 기업이 낼 것으로 전망되는 순이익을 기준으로 PER을 계산합니다. 그것을 12개월 선행 PER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내년도 예상 지배구조 순이익이 38조9057억원입니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10.27배라는 PER이 나오죠.
그렇다면 PER은 높을수록 좋고 낮을수록 안 좋은 걸까요? PER은 종목마다 역사적 데이터를 갖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12개월 선행 PER은 9~13배 사이에서 역사적 흐름을 이어왔다는 식이지요. PER이 높은 기업은 미래의 성장성을 인정받은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네이버의 12개월 선행 PER은 27배가 넘습니다.
PER과 양대 산맥을 이루는 기업가치 평가 기준이 있습니다. 주가순자산비율(PBR) 입니다. PBR을 풀어 쓰면 ‘Price Book value Ratio’입니다. 아까 PER은 earning, 즉 이익을 기준으로 했다면 PBR은 book value, 즉 순자산가치를 기준으로 합니다. 기업이 갖고 있는 설비, 건물, 현금성 자산 등을 포함합니다.
PBR의 핵심은 기업이 보유한 모든 자산을 다 팔았을 때 시가총액보다 그 숫자가 큰가 작은가입니다. 한마디로 기업이 망해도 투자자들이 원금을 건질 수 있는가를 보여주죠. 1배보다 높으면 시가총액이 순자산가치보다 높고, 1보다 낮으면 순자산가치보다 낮습니다. PER은 고평가 여부가 투자자들의 암묵적 합의와 역사적 데이터라면, PBR은 1배보다 높은지 낮은지가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PER이든 PBR이든 기업가치는 끊임없이 변합니다. 외부적 요인과 내부적 요인이 있습니다. 외부적인 요인은 금리 인상이 대표적입니다. 금리가 오르면 시중에 돌아다니는 돈이 줄어들고 주식시장도 위축됩니다. 시중에 돈이 많을 때는 14배까지 올랐던 우리나라 상장사 평균 12개월 선행 PER이 돈줄이 막혔을 때는 8배 후반까지 떨어지기도 합니다.
내부적 요인은 기업이 성장성 높은 신사업을 벌일 때가 대표적입니다. 예를 들어 전통산업인 철강 업체가 수소 산업에 진출한다는 소식을 내놨을 때입니다.
기업가치는 생물입니다. 끊임없이 변합니다. 실적이 꾸준히 좋아지는 기업이라도 시장에서 평가하는 PER의 기준이 낮아지면 주가는 지지부진할 수 있습니다.
고윤상 한국경제신문 기자
2. 글로벌 기업들의 가치를 비교해보고, 그들이 왜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지 알아보자.
3. 수익이 적은 정보기술(IT) 기업이 큰 수익을 내는 전통기업의 가치를 뛰어넘는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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