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자 보호 한도는 2001년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상향된 이후 지금까지 제자리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001년 1만1561달러에서 지난해 3만4758달러로 3배로 증가하고 개인 금융자산도 많이 늘어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예금자 보호 한도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도 지나치게 낮다. 1인당 GDP 대비 예금자 보호 한도 배율을 보면 한국은 1.34배(2020년)로 G7 국가 평균치(2.84배)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미국과 비교하면 6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예금자 보호 한도를 대폭 높였지만, 한국은 아무런 변동이 없었기 때문이다.
비현실적인 예금자 보호 한도 때문에 소비자들이 여러 곳에 분산 예치하거나, 가족 등 명의로 계좌를 개설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국회에는 한도를 1억원으로 올리는 개정안이 이미 발의돼 있지만, 한도 상향 시 예금 보험료 증액분이 금융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을 우려해 도입이 미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별 차별화나 상품별 한도 세분화 등 운용의 묘를 살려 한도를 상향해야 할 것이다.
2014년 이후 5000만원(성인 자녀)으로 묶여 있는 증여세 비과세 한도 역시 현실에 맞게 상향 조정해야 한다. 증여세 면제 기준을 올릴 경우 성인 자녀의 결혼·주택 구입·양육 등에 활용될 수 있어 소비 활성화는 물론 저출산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은 개인 상속·증여세 면제 한도를 2010년 100만달러에서 2015년 500만달러, 작년 1170만달러로 지속해서 높인 결과, 자녀 세대의 주택 구입과 창업 자금으로 돈이 흘러 들어가 경제의 새로운 활력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와 있다. 선진국들처럼 변화하는 현실에 맞춰 예금자 보호 한도와 증여세 면제 한도를 조정하는 것이 맞다. 우리나라처럼 한도를 정해놓은 금액이 장기화하는 것은 공무원들에게 보신주의와 규제 마인드가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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