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기업에선 내년 경영실적 목표를 보수적으로 잡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메모리반도체 생산 규모를 종전보다 줄이고, 재고를 처분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인플레이션으로 소비자 구매력이 감소한 게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들어 내년 반도체 업황이 당초 예상한 것보다 더 나쁠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며 “최근 소비 자체가 움츠러들어 물류창고에 스마트폰, 노트북 재고가 쌓여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스마트폰, 노트북 제조 업체들이 생산량을 줄여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크게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도 지난달 베트남 스마트폰 공장 생산 규모를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반도체 업체는 D램 가격 등을 낮춰서라도 재고를 처분하려 하지만, 당장 공급처가 마땅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엔 한국 반도체의 수출 증가율이 26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꺾였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107억8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7.8% 감소했다. 메모리반도체 핵심 제품인 D램, 낸드플래시 가격도 연일 하락세다. D램 고정가격은 5~6월 3.37달러에서 7월 2.88달러, 지난달 2.85달러로 떨어졌다.
한 반도체업체 관계자는 “가격이 예상보다 크게 떨어져도 주문이 늘지 않고 있다”며 “소비 침체와 반도체 판매량 감소 흐름이 심화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내년 D램 생산 비트그로스(비트 단위 출하량 증가)는 10%대 초반으로 역사상 가장 낮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황민성 삼성증권 반도체팀장은 전날 SK하이닉스의 메모리반도체 영업이익이 올해 대비 30~40% 감소할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10% 안팎의 하락을 예상하던 기존 분석에서 크게 낮춘 것이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수요 불안정이 최소한 내년 말까지 계속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지난달 23일 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 성장률을 당초 예상(16.3%)보다 낮춘 13.9%로 조정했다. 지난해 성장률(26.2%)의 절반 수준이다. WSTS는 내년 메모리반도체 시장 성장률도 0.6%로 전망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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