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상식 밖 규제로 부동산 침체 안돼"…1년 일찍 '15억 대못' 뽑는다

입력 2022-09-04 18:00   수정 2022-09-13 16:11

지난 5월 3일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주택대출 담보인정비율(LTV) 합리화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인수위는 주택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LTV를 지역과 상관없이 70%로 단일 적용하겠다고 설명했다. LTV 상한을 일괄적으로 70%로 적용하면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금지 규제는 자연스럽게 없어진다.

하지만 발표 며칠 뒤 유출된 국정과제 이행계획서를 보면 인수위는 LTV 일괄 70% 적용 정책 도입 시기를 2023년 이후로 못박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15억원 초과 아파트 대출 규제 폐지는 지난해 대선 공약 중 하나인 만큼 인수위 및 정부 내 공감대가 확실했다”며 “다만 부동산 시장 재과열 우려가 계속 발목을 잡았는데, 지금은 오히려 시장에서 부동산 경기 활성화 대책이 필요하다고 요구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집값 못 잡고 논란만 일으킨 대출 규제
정부가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구입용 담보대출을 금지한 규제를 풀기로 한 것은 이 제도가 합리적이지 않은 데다 현시점에서 이를 유지하면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고 판단한 결과다. 15억원 대출 규제는 2019년 12월 발표 당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다. 당장 15억원이라는 기준 자체가 ‘인위적’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주택 가격 안정이라는 당초 목표를 달성하지도 못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19년 12월 당시 서울 전용면적 85㎡ 초과 대형 아파트의 가구당 평균 매매가 시세는 14억7934만원이었지만, 2년 뒤인 지난해 11월엔 18억7824만원으로 치솟았다.

중산층과 서민의 수요가 많은 15억원 이하 아파트 가격이 급격히 오르는 부작용도 있었다. 대출로 발생한 유동성이 15억원 이하 아파트에 집중되면서 발생한 현상이다.

더 넓은 집으로 이사 가기를 원하거나 거주 지역을 바꾸고 싶어 하는 1주택자의 거주 이전 자유를 침해한 규제라는 비판도 많았다. 전세 세입자에게 내줄 보증금을 마련할 방도가 없어 본인 명의의 집에 입주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부는 15억원 초과 아파트를 구입하거나 전세퇴거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사금융을 이용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정부 내에 이 같은 문제의식이 있는 상황에서 최근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관계 부처들이 15억원 대출 규제를 손보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최근 높아진 금리 때문에 무리한 대출을 받는 사례도 많지 않을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대출규제 등 시장 억제 요인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규제 지역 추가 해제도 검토
정부는 15억원 대출 금지 제도 폐지 외에 다른 대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LTV 적용 기준을 전체적으로 손 보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LTV를 전체적으로 완화하면 그 과정에서 15억원 대출 규제는 자연스럽게 무력화할 가능성이 크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5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지금 LTV 규제는 좀 과도하다고 본다”며 “부동산 시장을 보면서 대응 수위를 조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등 부동산 규제 지역 범위를 줄이는 방식도 가능하다. 정부는 6월 6개 시·군·구를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했고, 11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에서 풀었다. 규제 지역에서 벗어나면 LTV 적용 기준이 크게 완화된다. 국토교통부는 조만간 추가로 규제 지역 재조정을 검토해 확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병욱/심은지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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