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제가 고물가와 고금리, 고환율이라는 3고(高)에 시달리는 가운데 경제금융당국 수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비상회의를 열었다. 회의를 주재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높아진 대내외 불확실성 속 시장 교란행위에 대해 적기에 엄정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5일 오전 7시30분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주재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해외 금융외환시장 및 실물경제 상황을 실시간 점검 및 신속히 대응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추 부총리는 최근 국제금융시장 불안 확대로 국내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점을 우려했다. 지난주 원·달러 환율은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인 1360원대를 돌파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긴축 정책을 강화하며 달러화가 20년 만에 최고치로 오르는 등 초강세를 보인 점이 큰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8월 들어 무역수지 악화, 위안화 약세 영향 등이 더해지며 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상승폭을 키웠다. 추 부총리는 무역수지 악화로 인한 경상수지 흑자 축소 가능성을 시사하며 "무역구조 전반에 걸친 개선방안도 지속적으로 강구하겠다"고 언급했다.
지난달 무역수지는 94억7000만달러 적자로 1956년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1∼8월 누적 무역적자 역시 247억2300만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다.
그는 당분간 경상수지의 변동성이 클 것으로 전망하면서 내외국인의 자본 흐름 등 외환수급을 면밀히 들여다보겠다고 했다. 또 "변화된 글로벌 금융시장 여건에 대응하기 위한정책방안 등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대내외 상황을 종합해볼 때 복합위기 상황의 장기화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관계기관 합동으로 시나리오별 컨틴전시 플랜을 재점검하여 금융·외환·실물경제 분야의 취약부문 중심 실태점검 및 대응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한 것과 관련, 긴장을 놓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추 부총리는 "국제유가 하락, 정책효과 등으로 물가상승률이 전월 대비로 21개월 만에 하락했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물가 오름세가 조금이나마 완화된 점은 다행"이라면서도 "높은 수준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고 장마에 이은 태풍 등 기상악화 영향 등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한편 이번 경제·금융 수장들이 모이는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는 지난 7월 28일 이후 한 달여만에 열렸다. 추경호 부총리를 비롯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참석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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