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 수혜주로 꼽히는 은행주 주가가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금융권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배당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은행지수’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지난달 25일 이후 4.54%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KRX 300 지수(-2.10%)와 코스피지수(-1.4%)보다 낙폭이 더 컸다. 개별 종목으로 보면 카카오뱅크가 이 기간 9.3% 하락해 낙폭이 가장 컸다. 4대 은행주로 꼽히는 하나금융지주(-3.44%), KB금융(-4.17%), 신한지주(-4.66%), 우리금융지주(-6.10%) 등도 모두 부진했다.
최근 금융당국의 금융권 규제가 강화되면서 은행주 주가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은행권에 대한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 신설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향후 예상되는 손실에 비해 대손충당금·준비금이 부족하다고 판단될 경우 금융당국이 추가 적립을 요구하는 제도다.
대손준비금 제도가 도입되면 은행이 배당금으로 쓸 자금이 부족해져 은행주가 갖고 있던 배당주 매력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손준비금 적립은 대손충당금과 달리 자본 항목으로 분류돼 순이익 감소 영향은 없지만, 배당가능이익을 감소시킬 수 있어서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이 미국 대형은행 수준으로 대손준비금 적립률을 상향한다고 가정할 시 개별은행당 적립 규모는 1조원 이상일 것으로 예상됐다.
금융당국의 이러한 조치가 발표된 후 외국인과 기관은 은행주를 매도하기 시작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2일 사이 외국인은 4대 은행주를 527억원, 기관은 721억원 순매도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은행들은 기존 배당가능이익이 충분해 배당에 미칠 영향이 적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이는 다소 낙관적인 해석”이라며 “올해 은행 주당배당금(DPS) 전망치는 기존보다 다소 낮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분기 은행주들이 최대 실적을 경신하게 한 순이자마진(NIM) 상승세도 곧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이 예대금리차 인하 압박을 지속하고 있는데다, 지난달부터 예대금리차 비교공시제도가 시행돼 은행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배당성향이 축소되더라도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DS투자증권은 시장 우려를 감안해 배당성향을 23%로 낮추고, DPS 성장률은 5%로 적용한 결과 올해 은행의 평균 배당수익률이 연 7.5% 수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나민욱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보수적인 가정에도 은행의 배당수익률이 견조한 이유는 최근 과도한 주가 하락과 올해 큰 폭의 연간이익 개선 기대가 있기 때문”이라며 “특별 대손준비금 적립에도 은행업종의 배당주로서의 매력은 여전히 높은 편”이라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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