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갑 "3년호황 끝…건설기계 중국發 위기"

입력 2022-09-05 16:59   수정 2022-09-06 01:05

현대중공업그룹 소속 건설기계 계열사들이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가동하는 등 비상경영에 일제히 들어갔다. 세계 최대 건설기계 시장인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여파로 수요가 급감하는 등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창사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판단에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연평균 28만 대의 건설기계가 판매됐던 중국 시장의 올 상반기 판매량은 9만 대에 불과했다. 작년 상반기(19만 대) 대비 절반 이상 급감했다. 중국 시장에서 점유율 기준으로 1위 업체인 사니도 올 상반기 판매량이 전년 대비 절반가량 하락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양대 건설기계 계열사인 현대두산인프라코어와 현대건설기계 매출에서 중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율은 올 1분기 기준 각각 20%와 12%에 달한다. 두 회사 모두 중국 현지에 생산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3년간 이어진 호황에 따라 각 업체가 경쟁적으로 공장을 증설했다”며 “최근 코로나19 봉쇄 여파로 수요가 급락하면서 가격 출혈경쟁까지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당초 올 하반기부터는 꺾였던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시장이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중국 현지업체들에 비해 현대중공업그룹 등 외국 기업들의 판매 부진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현대두산인프라코어와 현대건설기계엔 그야말로 ‘비상’이 걸렸다. 현대중공업그룹의 건설기계 중간 지주사인 현대제뉴인 손동연 부회장은 조영철 현대두산인프라코어 최고경영자(CEO), 최철곤 현대건설기계 CEO와 함께 낸 공동 담화문에서 “세계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우리에게는 ‘골든아워’가 얼마 남지 않았다”며 “이 같은 긴박함 때문에 비상경영 시행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컨틴전시 플랜 가동 등 위기 극복을 위한 세부 실행방안도 제시했다.

현금 확보 우선 전략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들 CEO는 “최대 수익을 창출해 현금을 우선 확보하는 선제 노력이 필요하다”며 “과도한 비용 지출을 억제하고 채권과 재고 관리에 더욱 신경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건설기계 CEO들은 수익이 낮은 제품 비중을 줄이는 등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특수장비 판매 확대 등의 비상전략을 수립해 권오갑 HD현대(옛 현대중공업지주) 회장(사진)에게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회장은 지난 7월 열린 사장단 회의에서 “위기 속에서 도약하는 기업이야말로 진정한 실력을 갖춘 기업”이라며 “각사의 CEO들은 눈앞의 퍼펙트 스톰에 지나치게 위축되지 말고, 철저한 대응책을 기반으로 위기 극복의 첨병이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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