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외환시장에서 파운드 가치는 한때 1.145달러대로 밀리며 1985년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미국 달러 대비 파운드 가치는 올 들어 15% 떨어졌다.
파운드 가치가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강(强)달러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 및 대차대조표 축소(양적 긴축)를 이어가면서 달러 가치가 상승하자 다른 대부분 통화는 약세다. 일본 엔·달러 환율은 최근 1998년 8월 이후 처음으로 140엔을 돌파했다. 엔·달러 환율 상승은 엔화 가치 하락을 뜻한다.
여기에 영국 경제 자체의 취약함까지 가세했다. 러시아가 천연가스 등 자원을 무기화하면서 영국의 에너지 가격이 급등해 인플레이션이 심화하고 있다. 미국 골드만삭스는 내년 영국의 인플레이션 전망치로 22%를 내놓았고, 경제 역성장 가능성까지 제시했다.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이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리는데도 불구하고 파운드 가치는 방어되지 않고 있다. 금리 인상으로는 영국 물가를 통제할 수 없다는 비관론이 팽배해서다.
시장에서는 한때 세계에서 가장 가치있는 통화 중 하나였던 파운드의 가치가 역사상 최악의 저점까지 추락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영국 블루베이자산운용의 마크 다우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내년에 파운드 가치가 1달러 수준이 될 가능성을 거론하며 “파운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영국이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던 1976년 사태가 재연되는 게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우려했다.
같은 날 외환시장에서 유로화 가치는 한때 0.988달러대로 하락했다. 유로화 가치가 0.99달러 아래로 떨어진 건 20년 만의 일이다. 이미 유로화와 달러의 등가(패리티·1유로=1달러)는 깨진 상태였다.
지난 2일 러시아 국영 에너지회사 가스프롬이 독일로 연결되는 가스관 노르트스트림1을 통한 천연가스 공급 중단을 결정한 여파가 유로화 약세로 이어졌다. 가스프롬은 노르트스트림1의 안전 문제를 들었지만 유럽에서는 ‘에너지 무기화’에 불과하다며 반발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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