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안 버렸는데요. 증거 있어요?”
5일 오후 서울 강남역 11번 출구 앞에선 하수도 빗물받이에 담배꽁초를 버린 한 시민과 과태료를 부과하려는 강남구청 단속반 사이에 한바탕 실랑이가 오갔다. 단속반 관계자는 “지난달 8일 집중호우 이후 담배꽁초 불법 투기가 잠시 줄어드는 것 같더니 다시 예전으로 돌아왔다”며 “태풍 힌남노로 폭우가 올 경우 물난리가 다시 날 수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달 집중호우의 피해를 키운 원인 중 하나로 빗물받이를 막은 담배꽁초가 지목됐지만 여전히 각종 쓰레기로 신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신문이 이날 서울 강남역 사거리 일대의 빗물받이 현황을 살펴본 결과 배수시설 내부는 쓰레기들로 가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빗물받이는 빗물이 하수구로 들어가도록 만든 시설이다. 도로마다 10~30m 간격으로 설치돼 있다. 하지만 틈 사이로 담배 등이 버려져 정작 집중호우엔 제 기능을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강남역 대로변 빗물받이는 강남구청 등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정돈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술집 등이 모여 있는 골목 안쪽에 들어가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겉에선 멀쩡해 보여도 빗물받이를 직접 들어보면 담배꽁초와 마스크, 껌 등의 쓰레기가 가득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빗물받이를 청소하고 무단 투기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행정력이 부족한 탓에 이면 도로 등은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
이미 비 피해를 본 인근 상인 사이에선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약국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단지 몇 걸음 걷기 싫다고 무단 투기를 하지만 상인들은 그 피해를 고스란히 보고 있다”며 “상인들이 나서서 흡연 자체를 막자는 얘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담배꽁초만 버릴 수 있는 쓰레기통을 설치하는 등 장기적이고 창의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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