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미국의 연기금·국부펀드 분석기관인 글로벌SWF에 따르면 한국의 국민연금은 작년 말 기준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규모의 자산(6780억달러)을 운용하는 연기금이다. 세계 1위는 일본의 공적연금(GPIF)으로 운용자산이 1조4090억달러다. 2위는 8220억달러의 자산을 굴리는 미국의 연방퇴직저축투자위원회(FRTIB), 3위는 7200억달러인 네덜란드 공적연금(ABP)이다.
이들 세계 4대 공적 연기금 가운데 최고의사결정기구의 장(長)을 정부 측 인사가 맡는 곳은 한국의 국민연금이 유일하다. 국민연금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위원장을 보건복지부 장관이 맡도록 법률에 규정돼 있다. 위원장과 별개로 기획재정부·고용노동부·농림축산식품부·산업통상자원부 차관,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등 5명의 정부 측 인사가 당연직 위원이 된다. 총 20명의 기금위 위원 가운데 6명(30%)이 정부 측 인사인 탓에 국민연금의 기금 운용 방향을 결정하는 과정에 정부 입김이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반면 해외 주요 연기금의 최고의사결정기구는 철저하게 정부의 간섭과 개입을 배제하는 구조다. 일본 GPIF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경영위원회는 9명의 위원 모두 경제·금융 전문가다. 특히 야마구치 히로히데 GPIF 경영위원회 의장은 일본은행 부총재를 지내고 닛코연구소의 자문위원장을 거친 거시경제 전문가다.
미국 FRTIB도 5명의 이사회 멤버 가운데 정부 측 인사는 한 명도 없다. 마이크 거버 FRTIB 이사회 의장은 투자전문회사인 인트린식캐피털파트너스의 설립자다. 네덜란드 ABP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는 3명의 상임이사와 12명의 비상임이사, 1명의 의장으로 이뤄졌는데 정부 측 인사는 전무하다.
원승연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는 논문을 통해 “현재의 (국민연금) 기금운용 지배구조는 복지부가 (기금을 맡기는) 위탁자로서뿐만 아니라 (기금을 관리하는) 수탁자로서의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구조기 때문에 기금 운용의 독립성과 책임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며 “기금운용의 최종의결기구 구성원은 전문성이 있는 인사를 선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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