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img.hankyung.com/photo/202209/07.19431757.1.jpg)
그러나 주민 6명은 영웅을 맞이하지 못했다. 며칠 뒤면 누군가의 아버지, 어머니, 아들, 딸로 차례상을 차렸을 이웃들이다. 지난달 9일 침수된 반지하방에서 구조를 기다리다가 끝내 숨져간 세 모녀도 그랬다. 구조에 찬사가 쏟아질수록 안타까움이 증폭되는 까닭이다.
기적의 생환 드라마는 오히려 우리 재난 대응 시스템의 틈을 아프게 비춘다. 무엇보다 세계 최고 정보기술(IT)의 실종이다. 시간을 8월 8일로 돌려보자. 시간당 1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던 때, “10분 뒤면 차량이 침수된다”는 실시간 메시지를 서울 강남역 반경 1㎞ 식당, 카페 등에 산재해 있던 이들과 반지하 주민들에게 ‘맞춤형’으로 전송했다면 어땠을까. 위치기반 실시간 대피 경고 시스템이다. 현장에서 탈출한 한 시민은 “엉뚱한 코로나 메시지가 여러 곳에서 왔지만, 침수 경고 메시지는 오지 않았다”고 했다.
우리 기상청 예보 시스템은 세계 6위다. 자체 수리예측 모델을 가진 세계 9개국 중 한 곳이다. 우리보다 50년 일찍 투자를 시작한 일본의 예보 시스템을 초고속으로 따라잡은 것에 놀라워하는 나라가 많다.
문제는 더 빠른 기후변화 속도다. ‘역대 3위’로 평가되는 힌남노보다 더 강력한 태풍이 불어닥칠 가능성이 높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규모의 폭설, 우박, 가뭄 등 극한 재난을 감당해야 할 수도 있다. 국내 한 대기과학 전문가는 “육지와 바다의 온도 차가 커질수록 태풍 크기가 커진다”며 “최근 추세라면 10월에도 슈퍼 태풍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토 3분의 2가 잠긴 파키스탄 대홍수는 남의 일이 아니다. 시간당 200㎜가 쏟아지거나 초속 70m의 ‘괴물 강풍’이 불어닥치지 말란 법이 없다는 얘기다. 재난 극복은 국가 수준의 척도다. 단 한 명의 희생자도 내주지 않겠다는 ‘퍼펙트 재난 관리’ 체계를 겨냥해야 한다. 내일이면 늦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