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국회 열렸는데 자리싸움만 벌이는 여야

입력 2022-09-07 17:46   수정 2022-09-08 00:16

“정기국회는 국민 통합과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중요한 시간이다.”(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모든 정치의 최종 목표는 민생에 맞춰져야 한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난 1일 정기국회가 시작하자마자 여야는 이처럼 한목소리로 민생을 강조했다. 민생을 위해서라면 언제든 협치하겠다며 통합의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웠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 겹친 비상 상황을 맞아 양당이 민생을 위한 입법 속도전에 나설 태세였다.

하지만 다짐은 오래가지 못했다. 1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을 11억원에서 14억원으로 상향하는 법 개정안이 7일 국회 본회의에 오르지 못한 것이 단적인 예다. 이는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 위원장 자리를 놓고 여야 간 신경전이 벌어지며 관련 법안이 기재위 문턱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장 오는 16일부터 종부세 특례신청이 시작되는 가운데, 납세자들은 올해도 ‘종부세 폭탄’을 걱정하며 추석 연휴를 맞게 됐다.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는 하반기 국회가 문을 연 지 한 달이 넘도록 여당 간사조차 선임하지 못했다. 7일도 여당 의원들이 전체 회의에 참석하지 않으면서 후반기 국회 들어 다섯 번째 파행을 겪었다. 이는 제2소위원장직을 둘러싼 자리싸움이 원인이다. 2소위는 여야 간 입장 차가 큰 공영방송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등 방송 관련 논의가 이뤄지는 소위로, 양측 모두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민주당 소속 정청래 과방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결의안까지 채택하면서 과방위의 공전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그러는 사이 민생 입법들은 뒷전에 놓인 채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과방위 관계자는 “과방위에는 방송법뿐만 아니라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를 포함한 앱마켓의 갑질 행태를 막을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넷플릭스 등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 기업과 같이 망이용료를 내도록 하는 망이용료법 등 현안이 산적해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한편 여성가족위원회도 법안심사소위원장 자리를 두고 여야가 대립하면서 제대로 된 회의가 열리지 않고 있다. 여가위 관계자는 “전체회의가 16일 열릴 예정인데 이날에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상임위 소위 자리를 둘러싼 여야의 다툼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경제위기의 파고가 세계를 덮치는 가운데 우리 경제 상황도 그리 녹록지 않다. ‘추석 밥상’에 정쟁만 일삼는 정치권의 모습을 올려놓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일하는 국회의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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