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과 KT가 7500억원 규모의 지분을 맞교환하며 '동맹'을 강화하고 나섰다. 6세대 이동통신(6G) 자율주행 기술과 위성통신 기반 미래 항공 모빌리티(AAM) 통신망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이를 통해 미래 모빌리티 핵심인 '커넥티비티(Connectivity, 사물과 무선 네트워크 연결)' 분야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과 KT는 7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자사주 지분 교환 안건을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현대차그룹과 KT는 KT 자사주 약 7500억원(지분 7.7%)을 현대차 약 4456억원(1.04%), 현대모비스 약 3003억원(1.46%) 규모 자사주와 상호 교환 취득한다. 취득 예정 일자는 오는 8일이다.
이번 자사주 교환은 현대차그룹과 KT가 상호 주주가 돼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 중장기적인 사업 제휴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고 사업 협력에 속도를 내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현대차그룹과 KT는 2020년부터 관련 사업에 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상호 협력해왔지만 단순 사업제휴로 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과거 지분 교환 없이 업무협약 만으로는 동반자 관계 구축 미흡으로 협력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상호 책임감 있는 협력을 위해 지분교환을 병행했다"고 밝혔다.
양사는 우선 미래 신사업과 선행 연구 활성화를 위해 '사업협력위원회(가칭)'를 구성해 운영할 계획이다. 특히 KT와 현대차그룹은 두 회사가 미래 먹거리고 내세우고 있는 'MECA(Mobility service, Electrification, Connectivity, Autonomous)' 실현 기반인 '커넥티비티' 분야에서 차량 기술 고도화를 추진하는 데 중점적으로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커넥티비티는 사물과 통신의 '연결'을 의미하는데, 구체적으로는 차량에 무선 네트워크를 연결해 이용할 수 있는 기능과 서비스 등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5G 및 6G의 안정적인 통신망 운영이 필수적이다. 또 해당 차량에 최적화된 무선 네트워크 개발도 서비스 제공의 핵심이다.
양사는 미래 자율주행 기술 확보를 위해서도 협력하기로 했다. 자율주행 차량에 최적화된 6G 통신 규격을 공동 개발해 차세대 초격차 기술을 선점하겠다는 구상이다. 실증 사업 및 공동 연구를 통해 차세대 6G 통신 기반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다.
아울러 인공위성 기반의 '미래 항공 모빌리티(AAM)' 통신 인프라 마련에도 나선다. KT는 자체 통신 위성과 연계해 AAM 운항에 필수적인 관제 및 통신망 등을 구축하고, 현대차그룹은 기체 개발, 버티포트(수직이착륙장) 건설 등을 맡는다.
이와 함께 양사 사업 제휴 영역도 확대한다. 전국 각지의 KT 유휴 공간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전기차(EV) 충전 인프라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 밖에 △커넥티드카 시대에 맞춰 스트리밍 등 새로운 서비스 개발 검토 △데이터·소프트웨어 기반의 신사업 발굴 △RE100(재생에너지 100% 활용) 공동 대응 등 ESG 분야 협력에도 나선다.
현대차그룹과 KT는 과거부터 미래 모빌리티 사업에서 '밀월' 관계를 이어왔다. 2020년 9월부터 정부 주도의 한국형 UAM 사업 참여를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해 오는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협력했다.
자율주행과 차량 관제를 위해서는 초저지연성을 지닌 5G망 활용이 필수다. 300~600m 상공을 날아 사람과 물자를 수송하는 UAM 분야에서는 통신망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차는 카메라·레이더로 주변 차량과 사물을 확인할 수 있지만, UAM은 지상 관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글로벌 자동차 업체와 각 국의 최대 통신 사업자 간 제휴 및 지분 교환은 세계적인 추세다. AT&T·GM, NTT·도요타, 차이나텔레콤·베이징자동차그룹, 도이치텔레콤·아우디 등이 통신 인프라와 ICT 등 커넥티비티 기술 기반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노정동/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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