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여당 원톱서 '체리따봉'으로 추락…5개월 만에 물러나는 권성동

입력 2022-09-08 17:19   수정 2022-09-09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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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권성동 원내대표의 부친상이 치러진 강원 강릉의 한 장례식장. 대표적인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에게 눈도장을 찍으려는 행렬이 이어졌다. 근조 화환만 500여 개에 이르며 강원 영동 일대의 화환이 동났다는 후문이다. 3월 대선 승리의 여세를 몰아 4월 원내대표 선거에서 압도적인 표 차로 당선된 것은 어찌 보면 예정된 수순이었다.

하지만 권 원내대표는 8일 원내대표직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했다. 7개월에 이르는 잔여 임기를 뒤로한 불명예 퇴진이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내대표 사퇴 의사를 밝힌다. 당은 신임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해달라”며 “앞으로 국민의힘 의원으로서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말했다. 오는 19일 의원총회에서 새 원내대표가 선출될 때까지만 직을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징계로 당 대표 권한대행까지 맡던 두 달 전만 해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다. 당시 권 원내대표는 명실상부한 여당 내 최고 실력자로 부상하면서 내년 6월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거머쥘 유력한 후보로 점쳐졌다. 하지만 정점을 만끽한 기간은 길지 않았다. 7월 26일 윤석열 대통령이 권 원내대표에게 보낸 ‘체리따봉’ 이모티콘 등의 문자메시지가 유출되며 자신과 당을 위기로 몰고 갔다. 최고위원 줄사퇴에 이은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법원의 주호영 전 비대위원장 직무정지 등으로 이어지며 당은 만신창이가 됐다. 여기에 대해 권 원내대표는 이날 “경위야 어쨌든 간에 저의 부주의로 내부 문자가 유출된 것은 잘못”이라며 “정치인도 사생활이 있는데 문자메시지를 망원경으로 당겨서 취재하는 것 등은 자제해달라”고 했다.

원내대표직 수행은 물론 개인과 관련된 논란도 임기 내내 이어졌다. 4월 말에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관련 입법안을 야당과 합의했다가 윤 대통령과 당내 의원들의 거센 반발로 이틀 만에 뒤집었다. 7월에는 사적 채용 논란을 낳은 대통령실 인사를 본인이 추천했다고 밝혀 여론의 비난을 받았다.

줄을 잇는 논란 속에 “솔직한 화법을 구사하며 표리부동하지 않다”는 정치인으로서 강점은 빛을 볼 기회를 잃었다. 권 원내대표는 “대선 때부터 오늘까지 쉼없이 달려온 만큼 당분간 쉬면서 정치인으로서의 역할을 생각할 계획”이라고 했다.

노경목/양길성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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