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한미약품에 따르면 파트너사인 미국 바이오업체 스펙트럼은 지난 9일 FDA로부터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의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한미약품이 개발한 신약이 FDA 허가를 받은 것은 롤론티스가 처음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개발한 신약 가운데 FDA 허가를 받은 것은 이번이 여섯 번째다. 항암 분야 국산 신약 중에선 첫 번째 사례다. 롤론티스는 항암 치료로 백혈구 내 호중구가 비정상적으로 감소한 암 환자에게 쓰는 약이다. 국내에선 지난해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산 신약 33호로 허가받았다.
한미약품은 2012년 스펙트럼에 기술을 이전하고 공동 개발해왔다. 하지만 롤론티스의 FDA 허가는 순탄치 않았다. 스펙트럼이 FDA에 롤론티스 품목허가 신청을 한 것은 2018년이다. 자진 취하, 자료 보완, 재신청 등의 우여곡절을 겪었다. 코로나 팬데믹이 터지면서 허가 신청 절차가 지연되기도 했다. 임상 자료 보완 등을 거친 스펙트럼은 지난 3월 FDA 품목허가를 재신청했고, 5개월 만에 ‘합격 통지서’를 받았다.
업계에선 국내에서 생산이 이뤄진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롤론티스 원액은 한미약품의 평택 바이오플랜트에서 만들어진다. FDA는 지난 6월 평택 바이오플랜트 실사를 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FDA 품목허가를 받은 국산 신약 가운데 국내에서 생산이 이뤄지는 첫 번째 사례”라고 했다.
미국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시장은 연 3조원대다. 암젠의 ‘뉴라스타’가 시장의 60%를 장악하고 있다. 나머지 40%는 뉴라스타의 바이오시밀러가 차지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롤론티스의 경쟁력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약효 지속기간을 3주로 늘려 주 1회 투여하는 뉴라스타에 비해 편의성을 크게 높였기 때문이다. 바이오의약품의 체내 지속시간을 늘려주는 한미약품의 독자적인 약물 전달 기술인 ‘랩스커버리’가 적용된 결과다. 한미약품이 보유한 후보물질 30개 중 10여 개에 이 기술이 적용됐다.
롤론티스의 마케팅과 판매는 스펙트럼이 맡는다. 최근 스펙트럼은 롤론티스의 미국 제품명을 ‘롤베돈’으로 정했다. 연내 미국 시장에 제품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권세창 한미약품 대표는 “독자적 약물전달 플랫폼 기술인 랩스커버리의 상용화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랩스커버리 기술을 적용한 다른 후보물질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