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내부거래 사전공시제 도입에 앞서 생각해볼 것들

입력 2022-09-12 17:33   수정 2022-09-13 06:48

금융위원회가 어제 ‘내부자 거래 사전공시제’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상장회사의 주요 주주나 임원이 자사 주식을 매매할 때 목적·가격·수량·기간 등을 30일 전에 구체적으로 공시토록 의무화하는 조치다. 사전공개를 통해 정보 격차를 줄이고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회사 경영진의 갑작스러운 지분 매각이 주가 급락과 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때가 많다는 점에서 ‘내부자 거래 사전공시제’ 도입은 적잖은 의미를 지닌다. 근래만 해도 카카오페이 하이브 등에서 내부자에 의한 불공정거래 의혹과 투자자 피해가 속출했기에 제도 개선에 대한 시장 전반의 공감대도 크다.

하지만 일부 병폐나 현상을 앞세워 시장 전체를 획일적으로 규율하겠다는 식의 과잉 규제는 경계해야 한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사전 공시제’가 아니라 ‘사전 신고제’로 불법적 내부자 거래에 대응 중이다. 미국은 ‘지배증권 매도신고서’를 금융당국에 제출하는 방식이다. 법령에서 정한 별도의 신고 서식이 있는 것도 없고 의무공시 대상도 아니다. 금융당국에 관련 내용을 신고하는 절차만으로도 내부정보의 불법 활용에 대한 모니터링과 사전 예방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주요 주주를 배제하는 이분법도 자칫 소액투자자 손실로 귀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사전공시제도를 악용해 공매도 세력이 붙을 경우 발 빠른 대처가 힘든 소액주주들이 이중 피해를 볼 수 있다. 악재성 공시가 미리 알려진 뒤 실제 매매 거래 시까지 주가 급등락이 전개되며 변동성이 커질 개연성도 높다. 소액투자자 권익 못지않게 주요 주주의 재산권도 가볍게 대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사망 파산 등 부득이한 사유가 아니면 사전공시 내용 변경과 철회를 금지할 방침을 세운 상태다. 내부자들의 사정이 제각각이고 시장 상황도 변화무쌍한 만큼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다양한 길을 터주는 게 바람직하다.

정부는 하위 규정 등을 통해 예외 사항을 정하는 등 ‘사전공시제’의 세부내용을 확정할 방침이다. 내부자를 ‘잠재적 먹튀 후보’로 보고 규제 일변도로 치닫는 것은 선진화에 역행하는 조치다. 대선 공약이라고 이행만 강조하다가는 자칫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처럼 기업 지배구조와 사업구조를 재편하는 기법들까지 원천봉쇄하는 부작용을 키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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