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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대전환(DX)’ 열풍이 전 세계에 휘몰아치고 있다. 독일은 10년의 준비 끝에 마련한 ‘인더스트리 4.0’ 프로그램을 최근 본격적으로 궤도에 올렸다. 프랑스는 정부가 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는 ‘인두스트리 뒤 푸트르(Industrie du Futur·미래의 산업)’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유럽연합(EU) 차원에선 구글 애플 테슬라 등 미국의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데이터 주권’을 지키기 위한 데이터 생태계 구축 계획인 ‘가이아X’를 2019년 선보였다. 중국은 2045년까지 단계별로 미국 독일 한국 등 전통적인 제조 강국을 제치고 세계 최고 제조 강국으로 우뚝 서겠다는 ‘중국제조 2025’를 추진하고 있고 일본(이노베이션 25 프로그램), 캐나다(인더스트리 2030), 사우디아라비아(비전2030), 인도(메이크 인 인디아) 등도 앞다퉈 산업의 DX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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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경쟁의 ‘문법’을 바꾸는 큰 변화에 직면한 주요국은 국가적 차원에서 정책과 예산을 집중하며 DX 주도권 잡기에 몰두하고 있다. 구글과 애플, 아마존 등 디지털 혁신을 주도하는 빅테크 기업이 즐비한 미국은 민간 주도로 DX를 추진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빅데이터, AI 기술로 첨단 제조, 유통, 금융 분야의 혁신을 주도하는 모습이다.
DX 혁신의 ‘원톱’ 미국에 ‘게임체인저’를 표방하며 가장 먼저 도전장을 낸 나라는 독일이다. 독일이 2011년 발표한 인더스트리 4.0 정책은 품질·비용·납기(QCD) 등 기업의 효율성 경쟁에서 중국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절박함에서 나왔다. 단순 자동화(3차 산업혁명)를 넘어 ‘연결’과 ‘데이터 기술’에 기반한 DX로 제조 혁신을 이루겠다는 의도다. 보쉬, SAP, 벤츠, 폭스바겐 등 독일 대기업은 정부와 협력해 사이버 물리시스템(CPS), IoT, AI 기술을 융합해 개인 맞춤형 생산이라는 제조 혁신을 가속화하고 있다. 주영섭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는 “독일은 임금 상승에 따른 제조업 위기를 제조업과 서비스업 융합을 통한 비즈니스 모델 혁신으로 넘어섰다”고 평가했다.
중국, 영국, 프랑스, 인도, 일본 등도 잇따라 제조 혁신 정책을 발표하며 추격에 나섰다. 최근 가장 두각을 보이는 추격자는 중국이다. 중국은 독일 인더스트리 4.0을 벤치마킹해 2015년 중국제조 2025를 발표했다. 제1단계(2015~2025년) 목표는 미국 독일 한국 등과 같은 제조 강국 대열에 진입하는 것이다. 제2단계(2025~2035년)와 제3단계(2036~2045년)를 걸쳐 세계 제조 최강국이 되겠다는 목표다. 중국은 4차 산업혁명 주요 분야에서 이미 한국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미국을 위협하고 있다는 평가다.
김준연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중국의 AI 특허는 양적으로 미국보다 많고 혁신 생태계가 미국을 위협할 정도로 질적으로도 우수하다”며 “원격의료 병원만 2000개가 넘을 정도로 규제 측면에서 유연한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DX 등 혁신에 뒤처지면 공급망 재편이나 사업 재편 과정에서 낙오자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대영 SAP코리아 부문장은 “미국과 중국, 유럽과 러시아 등의 사이엔 이미 3차 세계대전에 버금가는 공급망 패권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며 “기업들이 공급망 변화와 비즈니스 환경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는 힘은 DX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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