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12조원 들어간 태양광 지원사업, 열 중 하나는 '불법'

입력 2022-09-13 11:00   수정 2022-09-14 13:32

문재인 정부의 역점 사업인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사업 중 상당수가 불법으로 집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허위 세금계산서를 활용한 부적격 대출, 쪼개기 입찰을 통한 수의계약, 입찰 담합 등 각종 비리가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났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관련 사업 전수조사를 통해 추가 비위를 밝혀내겠다는 방침이다.
신재생에너지 지원사업, 12.5% '불법'
국무조정실 산하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13일 전국 226개 지방자치단체 중 12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벌인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 운영실태 표본조사 결과 2조1000억원의 사업 집행금 중 12.5%인 2616억원이 위법·부당하게 집행됐다고 밝혔다.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은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보급,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 전력 R&D 사업 등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최근 5년간 약 12조원이 투입된 대규모 사업이다.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신재생에너지를 대안으로 제시하면서 사업이 크게 늘었다.

사례별로 보면 위법하거나 부적정하게 대출을 받은 경우가 1406건에 달했다. 위반 금액은 1847억원이다. 이는 정부가 2019년부터 3년간 시행한 1조1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사업 중 일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4개 지자체의 395개 사업 조사 결과 99개 사업이 허위세금계산서를 발급해 부당하게 141억원의 대출을 받았다. 발전 시공업체인 A회사는 발전사업자에게 금액을 부풀린 세금계산서를 발급해 금융기관 대출을 받은 후 이를 취소하거나 축소 재발급하는 방식으로 18억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20곳은 농지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면서 허위로 버섯재배시설을 운영하는 것처럼 꾸며 대출을 받았다. 농지에는 태양광 시설을 지을 수 없는데 버섯재배시설 등과 겸용 설치할 경우 태양광 시설 설치가 허용된다는 점을 노린 불법 대출이다. 이는 농지법 위반에도 해당한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공사비를 시공업체 견적서만으로 확정해 대출이 이뤄진 경우도 158건에 달했다.

금융지원 사업 전체에 대한 서류 조사 결과 무등록 업체와 계약하거나 하도급 규정을 위반한 사례도 1129건 적발됐다.
30억원 사업, 203건으로 쪼개 몰아주기…"도덕적 해이 심각"
보조금을 위법하게 집행한 경우도 845건 적발됐다. 금액 기준으로는 583억원이다. B시 등 4개 지자체는 도로?수리시설 정비공사(약 30억원)을 203건으로 분할해 수의계약하는 방식으로 특정 업체에 일감을 몰아준 것으로 적발됐다. C시는 산업부 승인없이 보조금(약 17억원)을 임의로 변경하고 결산서를 부적정하게 작성, 보조금 지원 대상이 아닌 타 지역 마을회관 건립에 사용(약 4억원)했다. D군은 발전소 주변지역지원사업 중 소득증대사업 항목으로 지원할 수 없는 융자사업을 집행하고 사업비 잔액을 반납하지 않고 집행한 것으로 허위 보고했다.

국무조정실은 이들 사례를 소개하며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의 회계처리 과정에서 전반적인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전기안전점검장비 구매 입찰에 참여한 E사는 들러리업체를 참여시켜 14건, 40억원 상당의 가격을 담합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스마트그리드사업단은 280억원 규모의 가정용 스마트전력 플랫폼 사업의 민간사업자 부담분(50%, 142억원) 중 77억원을 부당하게 과다 계상해 적발됐다. F군은 태양광을 조달 구매하면서 구매요구서와 다른 물품을 납품받고도 그대로 설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무조정실은 "적발된 사항은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고, 부당 지원금은 환수조치하도록 할 것"이라며 "조사 대상을 전국으로 확대해 추가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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