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 쇄신 후 달라진 대통령실…"모두가 대통령이 돼라"

입력 2022-09-13 18:16   수정 2022-09-14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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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행사 참석을 위해 지방으로 향한 1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1층 대강당. 전 직원 300여 명이 강당 자리를 메웠다. 마이크를 쥔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직원들에게 “대통령실 근무가 이번이 다섯 번째인데 이렇게 여건이 나쁜 적이 없었다”며 “여러분 모두가 대통령이라는 자세로 국정 운영에 사명감을 갖고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대통령실 전 직원 대상 아침 조회는 이날 처음 열렸다. 대통령실의 한 고위 관계자는 “최근 달라진 비서실장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고 했다.
영향력 커진 김대기
윤 대통령이 지난달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실부터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 짚어보고 있다”며 인적 쇄신을 예고한 뒤 한 달이 흘렀다. 이 발언 직후 조직·인사개편이 시작됐다. 지금까지 비서관급 이하 직원 50여 명이 권고사직 형식으로 대통령실을 떠났다.

그 사이 대통령실 분위기는 달라졌다. 가장 큰 변화는 김 실장의 위상이다. 한 달 전만 해도 여권에서조차 “오래 못 버틸 것”이라는 비아냥이 나왔지만, 김 실장의 대통령실 내 입지는 공고해졌다는 평가다. 김 실장은 이날 조회에서도 “진짜 리스크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온다”며 “‘짱돌’은 언제 어디서 날아올지 모른다”며 기강을 다잡았다.

김 실장의 위상 강화는 대선 공신인 권성동·장제원 의원 등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의 퇴조와 궤를 같이한다. 대통령실의 한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이 내부 회의를 하다가도 윤핵관들에게 종종 전화를 걸어 상의했는데, 최근에는 이런 모습을 좀처럼 볼 수가 없다”고 귀띔했다. 오히려 김 실장을 비롯한 참모들 조언에 더 귀를 기울인다는 것이다. 이날 직원 조회도 “어수선한 대통령실의 위기를 다독일 필요가 있다”는 김 실장의 판단으로 열렸다. 윤 대통령은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8일 사무실을 돌면서 전 직원들을 한 명 한 명 찾아 격려했다.

조직 개편에서도 김 실장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 직후 전격 임명된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과 추석 연휴 직전 발표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김 실장이 평소 칭찬을 아끼지 않던 인사들이다.
의사결정 빨라졌다
대통령실 의사 결정도 빨라졌다. 오는 19일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치러질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국장에 참석하기로 한 결정이 대표적이다. 대통령실은 당초 이 기간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할 예정이었다. 이런 계획은 지난 9일 윤 대통령이 영국대사관을 방문한 직후 바뀌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고인이 1999년 남편인 필립 공과 함께 한국을 찾은 뒤 한국에 애틋한 정을 느꼈다는 얘기를 듣고 대통령이 곧바로 영국행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두 달여 전부터 추진된 대통령의 순방 일정을 불과 열흘을 앞두고 바꾸는 것은 이례적이다. 미국 권력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방한 당시 윤 대통령과의 만남 여부를 놓고 참모진이 우왕좌왕했던 것과 큰 차이가 있다. 지난 5일 밤 초대형 태풍 힌남노 대응을 위해 윤 대통령이 철야하기로 한 결정도 전광석화처럼 내려졌다.
사라진 구설수·설화(舌禍)
윤 대통령의 한 참모는 “취임 100일 기자회견 전후로 대통령의 생각과 발언들이 진중해졌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내부 참모들과 회의에서도 발언 횟수를 줄이고 불필요한 말을 삼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참모들에겐 “대통령이 꼭 알아야 할 일만 보고하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이로 인해 불필요한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르는 일이 거의 사라졌다.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도 신중해진 모습이다. 다만 인사 쇄신과 내부 감찰 등의 여파로 복지부동하는 내부의 분위기는 일부 남아 있다는 지적도 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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