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이 대통령실 분위기는 달라졌다. 가장 큰 변화는 김 실장의 위상이다. 한 달 전만 해도 여권에서조차 “오래 못 버틸 것”이라는 비아냥이 나왔지만, 김 실장의 대통령실 내 입지는 공고해졌다는 평가다. 김 실장은 이날 조회에서도 “진짜 리스크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온다”며 “‘짱돌’은 언제 어디서 날아올지 모른다”며 기강을 다잡았다.
김 실장의 위상 강화는 대선 공신인 권성동·장제원 의원 등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의 퇴조와 궤를 같이한다. 대통령실의 한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이 내부 회의를 하다가도 윤핵관들에게 종종 전화를 걸어 상의했는데, 최근에는 이런 모습을 좀처럼 볼 수가 없다”고 귀띔했다. 오히려 김 실장을 비롯한 참모들 조언에 더 귀를 기울인다는 것이다. 이날 직원 조회도 “어수선한 대통령실의 위기를 다독일 필요가 있다”는 김 실장의 판단으로 열렸다. 윤 대통령은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8일 사무실을 돌면서 전 직원들을 한 명 한 명 찾아 격려했다.
조직 개편에서도 김 실장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 직후 전격 임명된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과 추석 연휴 직전 발표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김 실장이 평소 칭찬을 아끼지 않던 인사들이다.
두 달여 전부터 추진된 대통령의 순방 일정을 불과 열흘을 앞두고 바꾸는 것은 이례적이다. 미국 권력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방한 당시 윤 대통령과의 만남 여부를 놓고 참모진이 우왕좌왕했던 것과 큰 차이가 있다. 지난 5일 밤 초대형 태풍 힌남노 대응을 위해 윤 대통령이 철야하기로 한 결정도 전광석화처럼 내려졌다.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도 신중해진 모습이다. 다만 인사 쇄신과 내부 감찰 등의 여파로 복지부동하는 내부의 분위기는 일부 남아 있다는 지적도 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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