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태양광 사업은 '세금 빼먹기 잔치'였다

입력 2022-09-13 18:01   수정 2022-09-13 21:12

A업체는 농지에 버섯을 재배한다고 거짓으로 신고한 뒤 정부 자금을 대출받아 태양광 시설을 설치했다. 현행법상 농지에는 태양광 시설을 설치할 수 없지만 버섯 재배시설, 곤충 사육시설 등을 함께 지으면 농지 변경 없이도 태양광 시설을 설치할 수 있다는 점을 노렸다. 정부 실태조사 결과 이 시설에선 버섯 재배가 이뤄지지 않았고 썩은 원목과 잡초만 무성했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문재인 정부 5년간 12조원을 투입한 신재생에너지 지원사업(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과 관련해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1차 표본조사를 한 결과 이 업체를 포함해 2267건, 2616억원의 불법·부당 운용 사례가 적발됐다고 13일 발표했다. 이번 표본조사는 226개 기초자치단체 중 12개 지자체, 2조1000억원을 대상으로 했는데 이 중 12%(금액 기준)에서 문제가 포착됐다. 문재인 정부가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서두르는 과정에서 상당수 사업이 ‘눈먼 돈 잔치’, ‘세금 빼먹기 잔치’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차 표본조사에서 드러난 불법·부당 운용 사례를 유형별로 보면 위법·부적정 대출이 1406건, 1847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허위로 보조금을 받은 사례는 845건, 583억원에 달했다. 입찰 특혜 등도 16건, 186억원이나 됐다.

국무조정실은 표본조사를 전수조사로 확대하기로 했다. 법 위반 사례는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고, 부당 지급된 보조금과 대출은 민사소송을 하거나 환수 조치할 계획이다.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신재생에너지 관련 부실·위법 사례가 대거 드러난 데 대해 “(이전 정부에서) 사업계획을 준비할 시간적 여유 없이 신재생에너지 정책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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