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추락하는 자산시장, 연착륙 방안 적극 모색할 때다

입력 2022-09-14 17:46   수정 2022-09-15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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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정점론’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하며 금융시장이 또 한 차례 발작에 휩싸였다. 원·달러 환율은 1390원을 돌파해 설마설마하던 1400원대 진입이 목전이다. 전날 5% 안팎 추락한 미국 증시 여파로 국내 주가도 2% 가까운 급락세를 보였다.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3%로 시장 전망(8.0%)을 크게 웃돌며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견해에 힘이 실린 탓이다. ‘인플레 대처가 최우선’이라는 매파적 입장을 분명히 해 온 미국 중앙은행(Fed)이 더 가파른 금리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비관적 전망이 커진 것이다. 미국 금리 선물시장에선 Fed가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을 넘어 울트라스텝(1%포인트 인상)을 밟을 확률이 하루 만에 0%에서 36%로 치솟았다.

미국 금리 인상이 가속화하면 국내 자산·금융시장의 연착륙 시도도 물 건너갈 수밖에 없다. 현재 연 2.5%로 같은 수준인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다음주 FOMC 이후에는 최대 1%포인트까지 차이가 나는 만큼 자본 유출이 본격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하다간 환율 1400원 지지선이 힘없이 무너지고 외국인 주식 매도가 본격화하고 원화 약세를 부추기는 악순환에 휘말리게 된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통화 및 주가 하락은 전 세계 공통 현상이라며 팔짱을 끼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최근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에 착수한 흔적이 보이지만, 전체적인 기조는 무대응에 가깝다. 환율이 1390원대를 돌파하며 위기감이 커진 어제도 “시장 안정을 위해 가용한 대응조치 점검 중”이라는 원론적 발언에 그쳤다. 원화 약세의 원인이 외부발(發)인 데다 가계부채 부담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적 상황이라는 핑계를 대며 안주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헤지펀드의 투기성 공격까지 감지되는 상황인 만큼 안일한 대응이라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경착륙 신호가 쌓이고 있는 주택시장에 대해서도 정부는 ‘좀 더 지켜보자’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강남·서초 등 서울 요지의 집값이 나름 잘 버티고 있다고 생각해서인지 주택시장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는 모습이지만 위기 신호는 분명하다. 지방은 물론이고 수도권 집값도 우수수 떨어지며 리먼브러더스 사태 여파가 절정이던 2012년과 비슷한 양상이다.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값이 10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고, 거래량은 2012년을 넘어 역대 최저치다.

금리 인상 효과가 시차를 두고 실물경제에 반영되는 만큼 향후 자산·금융시장의 충격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투기세력의 외환시장 교란이 있다면 필요한 조치를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현재 가장 큰 달러 수요인 내국인의 대외 주식투자와 해외 직접투자에 대한 속도 조절도 검토해야 한다. 주택시장 연착륙을 위해선 집값 폭등을 유발한 지난 정부의 규제 일변도 정책 수정이 필수다. 43곳의 투기과열지구, 101곳의 조정대상지역 지정 해제 여부를 재검토할 시점이다. 집값에 맞춰진 재산세 부담 완화와 공시가격 현실화 완화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자산시장 경착륙을 막기 위해 빠뜨리지 말아야 할 조치는 기업 지원과 경제외교 활성화다. 가파른 원화 약세의 가장 큰 원인은 무역수지 적자 전환과 경상수지 흑자 기조 붕괴 가능성이다. 연말까지는 무역적자가 400억달러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원화가 힘을 받을 수 없다. 수출 대기업에 대한 과감한 지원으로 펀더멘털을 튼튼히 하는 것이야말로 자산시장 경착륙을 막는 본질적 해법이다. 금리 인상과 에너지 대란이 멈추기만을 기다리기에는 상황이 너무 긴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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