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과 하이트진로 파업 사태를 계기로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노동조합의 불법 쟁의행위에 대해서도 손해배상이나 가압류 요구를 제한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노란봉투법) 처리를 밀어붙이는 데 대한 경제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과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14일 국회에서 전해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노란봉투법은 정당한 쟁의행위가 아니라 불법 쟁의행위까지 면책하는 것으로 헌법상 기본권인 사용자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해 헌법정신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지난 6일 전 위원장 측에 해당 법안이 “노조에 면죄부를 주는 ‘노조 방탄법’이며 죄 없는 기업과 주주, 근로자에게 손해를 보도록 강제하고 있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노란봉투법은 근로자의 민형사상 면책 범위와 손해배상 청구 제한 범위를 대폭 넓히고 노조 교섭 대상인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라는 내용의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통틀어서 부르는 말이다. 최근 대우조선해양 파업 사태 등을 거치며 개정안의 내용은 점점 더 세게, 더 강경하게 바뀌고 있다.
올 상반기까지 나온 안들은 폭력·파괴행위는 제외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지만 지난 8월 31일과 9월 1일 각각 발의된 강민정 의원(민주당)안과 양경숙 의원(민주당)안은 ‘폭력·파괴행위여도 노조의 의사결정에 따른 행위라면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손배 및 가압류를 제한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근로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 조건 및 노조 활동에 관해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사용자로 인정한다’는 내용까지 포함했다. 대우조선해양 사태처럼 하청노조 파업으로 원청이 손해를 봐도 배상 책임을 지지 않도록 하려는 취지다.
재계에서는 벌써부터 ‘위헌’이라며 입법을 중단해야 한다는 격앙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하이트진로의 경우 파업에 따른 손배 소송을 철회하는 대신 화물연대로부터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냈다”며 “노란봉투법이 있었다면 합의의 물꼬를 트지 못하고 파업이 장기화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야권에서는 영국 사례를 들어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요구를 과도하지 않게 하는 것이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주장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반박도 쏟아지고 있다. 영국은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상한선을 두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개별 노조 구성원의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은 묻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 등 노조의 목소리가 강한 나라에서도 노조의 불법행위는 면책이라거나 손배 대상이 아니라고 하는 사례는 없다. 이준희 경총 노사관계법제팀장은 “프랑스는 1982년 노란봉투법과 비슷한 입법이 있었으나 위헌 결정이 나서 시행되지 못했다”고 전했다. 다른 기업 관계자는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면 한국은 불법파업 천국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일방적으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구조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16명의 위원 중 10명이 민주당과 정의당이다. 상임위 위원장은 물론 법안심사소위 위원장도 민주당이 맡고 있다. 전 위원장은 이날 면담을 마친 후 “다음주 초 노동자 중심 대책위원회와 만나서도 이야기를 들을 계획”이라며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와 가압류로 인한 피해가 크다는 국민적인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국회는 다음달께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에서 해당 6개 법안을 통합 심사하는 형태로 대안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은/이유정/하수정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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