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9월 14일 08:5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35년 업력의 화학물질 제조기업 광진화학이 사모펀드에 매각된다. 광진화학은 생산공정에서 나오는 화학폐기물을 수거해 가성소다, 황산 등을 추출하는 화학폐기물 재활용 전문기업이다. 매각 대상은 광진화학 지분 전량이며, 거래가는 27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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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광진화학 경영진과 매각주관사 삼일PwC는 지난주 어펄마캐피탈-더함파트너스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광진화학은 지난달 5~6곳의 원매자들을 대상으로 제한적 경쟁입찰을 진행했다. 광진화학이 화학폐기물을 재활용하는 친환경 기업이라는 점에 주목해 국내 대기업 및 사모펀드 운용사가 입찰에 뛰어들었고, 어펄마캐피탈-더함파트너스가 가장 유리한 조건을 제시해 우선협상권을 확보했다.
광진화학은 1987년 설립된 화학물질 제조기업이다. 경기도 시흥과 충남 당진에 제조시설을 뒀다. 초기에는 도매에서 구입한 황산을 전국의 화학약품업체에 판매하는 사업으로 시작했다가 이후 기업들의 제조공정에서 나오는 화학폐기물을 수거해 재생산한 화학물질을 판매하는 재활용 사업 비중을 늘려갔다. 1996년엔 황산, 2004년엔 인산을 추출해 재활용하는 기술로 특허를 취득했다.
재활용 사업은 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같은 반도체 기업들의 제조 공정해서 발생하는 화학폐기물을 수거한 뒤 황산, 가성소다, 인산 등을 추출해 재판매하는 형태다. 재활용된 물질은 폐수처리장에서 알칼리를 중화하는 화공약품 등으로 쓰인다. 중국 등 해외에도 인산을 수출하기 시작하면서 2009년에 100만불 수출탑을, 2020년엔 300만달러 수출탑을 쌓았다. 지난해 회사가 올린 매출은 634억원, 영업이익은 95억원이다.
광진화학의 기존 대주주는 부부인 권근섭 대표(보유 지분율 42.69%)와 강경희 대표(14.8%)다. 권 대표가 제품 및 기술 개발을 담당하고 강 대표가 회사 경영을 맡아왔다. 나머지 지분도 직계 가족이 보유하고 있다. 한때 가업 승계를 염두에 두고 자녀 모두가 회사에 근무하기도 했지만 올초 회사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어펄마캐피탈과 더함파트너스는 친환경 기업에 대한 투자 포트폴리오 확대 차원에서 광진화학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두 운용사의 협업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강원도 원주시에 소재한 태양광 발전회사 한마음에너지를 공동 인수한 바 있다.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인 어펄마캐피탈은 EMC홀딩스를 국내 최대 폐기물 처리기업으로 키워 SK에코플랜트에 1조500억원에 매각한 사례로 유명하다. 어펄마캐피탈과 손잡은 더함파트너스는 삼일PwC와 유진프라이빗에쿼티(PE)를 거친 함승호 대표가 설립한 신생 사모펀드 운용사다. 광진화학은 골프 플랫폼 스마트스코어 소수지분 투자, 한마음에너지 경영권 인수에 이은 더함파트너스의 세번째 포트폴리오다.
업계에서는 광진화학이 친환경 기업으로 분류돼 영업이익 규모 대비 기업가치가 다소 높게 평가됐다고 분석한다. 최근 M&A 시장에서 환경 관련 기업들이 상각전영업이익(EBITDA)에 12배~17배 수준의 멀티플이 적용된 값에 거래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올초 약 5000억원에 거래가 성사된 KG ETS 환경에너지·신소재 사업 역시 16~17배의 EBITDA 멀티플이 적용됐다.
현재 매각이 진행 중인 에코매니지먼트코리아(EMK)의 경우 EBTIDA 멀티플이 20배를 웃도는 가격에 거래될 가능성이 크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뛰어난 현금창출력과 ESG 강화 기조에 힘입어 환경 관련 기업들이 비싼 몸값을 인정받고 있다"며 "광진화학은 화학폐기물 재활용 사업 비중이 크기 때문에 친환경 기업으로서의 가치를 평가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시은 기자 seek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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