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간밤 대폭락한 미국 증시의 영향으로 장중 3%대로 하락하고 있다. 예상을 웃돈 인플레이션 지표에 미국 중앙은행(Fed) 고강도 긴축을 이어갈 것이 유력해지면서 증시 전반의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탓이다. 삼성전자는 전날 상승 반전 후 '6만전자'에 임박했다가 하루 만에 급락하면서 개인 투자자(개미)들의 실망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14일 오전 10시10분 현재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1500원(2.58%) 내린 5만66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4.5% 급등 마감한 상승분을 절 반가량 반납하게 됐다. 장초반엔 3%대 하락하기도 했다. 전날 강한 매수세를 보였던 외국인이 물량을 대거 거둬들이면서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다.
이날 포털 등 종목토론방에선 전날 차익실현을 하지 못한 개인투자자의 아우성이 커지고 있다. 한 개인투자자는 "아 진짜 대폭락…돈 다 날렸다. 거지 돼 버렸다"고 적었다. 이날 종토방에선 '8만~9만원대에 매수한 사람들 어떡하냐', '이런 분위기라면 물타기도 그른 것 아니냐', '어제라도 손절할 걸 그랬다' 등의 얘기들도 올라오고 있다.
실제 전날 삼성전자의 급등에 개인들은 주식을 대거 매도했다. 개인은 삼성전자 주식 2596억원어치를 순매도한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757억원, 1844억원 사들였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6만원선에서 등락을 반복했지만 지난 29일 이후 5만전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제롬 파월 미 Fed 의장의 매파적 발언에 따른 기술주의 부진이 전반적인 주가 하락을 이끌었다. 반도체 업화 둔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면서 외국인과 기관이 물량을 쏟아낸 점도 주가에 악영향을 끼쳤다.
지난 8일 삼성전자는 5만5600원에 거래를 마쳐 연중 신저가를 경신했다. 장중 기준으론 지난 7월4일(5만5700원) 기록을 약 두 달 만에 갈아치웠다. 종가 기준으로 2020년 9월 5일(5만5600원) 이후 약 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최근 반도체 부문은 수요 약세로 출하량과 가격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최소 내년 상반기 이후에나 수요가 회복되면서 재고 수준이 나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올 2분기 말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의 재고일수는 9.5주로 분기 최고치인 2019년 1분기(8.4주)를 웃돌았다. 가격 하락폭도 예상보다 커지면서 수익성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실적 전망도 암울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은 13조463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4.88%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의 반등 모멘텀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당분간 눈에 띄는 반등을 기대하기보단 바닥을 살피며 비중을 조금씩 늘려가는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남대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업황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확대되고 있는 국면이므로 적극적인 매수보다는 당분간 바닥을 탐색하는 투자가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상대적인 측면에서 테크 업종 내에서는 삼성전자를 선호한다"며 "업황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지만 삼성전자의 성장을 기대하는 시각에는 크게 비메모리 부문과 인수합병(M&A)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장열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주가는 많이 빠지면 기회이며 현 상황의 정도는 수개월간 저점 분할 매수를 취해야 한다"면서도 "올 3분기 실적 발표와 4분기 실적 전망치(가이던스)까지는 지켜보는 것이 좋다"며 조심스러운 접근을 권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