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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주가든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든 수년간 엄청난 거품이 끼었다. 이제 금리가 오르니 내려갈 일만 남았고 투기꾼들 곡소리가 날 거다”
《[테슬람이 간다] : 테슬라 vs 부동산》 기사는 지난 2주간 세간의 논란을 불렀습니다. 테슬라 주가와 수도권 아파트 시세 및 갭투자 5년 수익률(양도소득세 등 세금 제외)을 분석한 결과는 테슬라의 승리였습니다. 지난 6월 말 기준 △테슬라 831%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126%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 143%였습니다. 갭투자는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413% △광명시 하안동 e편한세상센트레빌 531%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양지마을 5단지 한양아파트 671%입니다.
테슬라와 수도권 부동산. 5년 전 어떤 자산을 택했든 올라타기만 했다면 막대한 수익을 낼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자산 가격의 급상승을 ‘시장의 과도한 열기’ 즉 거품으로 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수년간 이어진 각국의 저금리 기조와 양적완화 정책이 이를 조장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손 놓고 시장을 비판만 하기엔 자산 격차의 대가가 혹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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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0배 수준으로 낮아진 테슬라의 주가수익비율(PER)은 한때 1000배를 넘나들었습니다. 앞서 두 평가법을 기반으로 한 가치투자자는 도저히 매수할 수 없는 가격이고, 월가의 애널리스트 역시 목표주가를 산정하는 데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테슬라 주가가 폭등하면서 공매도 세력은 2020년 한 해에만 350억달러(약 48조8000억원)를 잃는 치명적 타격을 입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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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옵션을 설명하기 좋은 사례는 복권입니다. 가령 1등 당첨금이 5억원인 복권 100만장이 있습니다. 이 복권의 당첨 기댓값은 당첨금(5억원)×확률(100만분의 1)로 500원입니다. 이 복권을 1000원에 판다면 사는 사람들은 500원을 손해 보는 ‘비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하는 셈입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기꺼이 복권을 삽니다. 이유가 뭘까요?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리얼 옵션입니다.
사람들이 적정가치 500원짜리 복권을 500원 더 주고 사는 건 그 수익 구조가 마음에 들기 때문입니다. 복권을 사서 ‘꽝’이 나와도 손실은 1000원에 그칩니다. 반면 당첨된다면 ‘대박’을 칠 수 있습니다. 손실의 하방은 막혀있고 수익의 상방은 열려있는 구조입니다. 즉 리얼 옵션의 성격을 띤 주식은 급등 호재를 가진 ‘한방’이 있는 기업입니다. 투자자가 적정가치보다 가격을 더 쳐 준 만큼 주가는 한동안 고평가 상태를 유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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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 킨텍스 지구는 대표적인 GTX-A노선 수혜 지역입니다. 이곳의 대장 아파트는 2019년 입주한 킨텍스 원시티입니다. 지난 5월 35평형(2블럭?전용 84~85㎡)이 14억5500만원에 거래됐습니다. 이 아파트의 2016년 평균 분양가는 5억2000만원 선이었습니다. 청약에 당첨됐다면 6년 만에 수익률 179%를 올릴 수 있었습니다. 당시 원시티는 청약 1순위 마감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청약에 탈락한 사람들에겐 기회가 없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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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에 거주하는 40대 직장인 A씨는 2016년 후곡마을 27평 아파트에 실거주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크면서 좀 더 큰 집으로 이사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고 킨텍스 지구의 원시티 아파트에 청약을 넣습니다. 분양가는 평당 1500만원 선으로 주변에선 “비싸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당시 일산의 구축 아파트 시세가 평당 1200만원 정도였습니다.
아쉽게도 A씨는 청약에 떨어졌지만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1년 뒤 전매제한이 풀리면서 분양권이 매물로 나왔습니다. 2017년 6월 원시티 분양권의 프리미엄은 5000만원 정도 붙었습니다. 주변에선 “분양가도 비싼데 5000만원을 더 주고 샀다가 집값이 떨어지면 어쩔 거냐”며 말렸습니다. 당시 일산은 대다수 부동산 전문가들이 외면한 지역이었습니다. 서울 집값이 고공행진을 하는 동안 일산 집값은 10년 가까이 횡보했기 때문입니다.
GTX 역시 국토부의 계획만 있었을 뿐 ‘예타’조차 통과하지 않았습니다. 실제 노선이 깔릴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A씨는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일산의 단점은 도심까지 출퇴근이 불편하다는 것인데 GTX가 개통되면 평가가 달라질 수 있겠다고 판단했습니다. 만약 잘 안되더라도 신축 아파트인데 평당 1300만원 밑으로 떨어질까 싶더라고요” 당시 A씨는 몰랐지만, 이 분양권 투자는 하방은 막히고 상방은 열린 ‘리얼 옵션’의 성격을 띠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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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에 걸친 A씨의 분양권 투자는 ‘대박’을 냈습니다. GTX와 킨텍스역 부지가 확정되자 원시티 집값은 고공행진을 합니다. 올해 초엔 실거래가 16억원을 넘기도 했습니다. A씨는 초기투자금 1억원으로 전세금과 대출(4억7000만원)을 빼고 8억8500만원의 평가차익(지난 5월 실거래가 14억5500만원 기준)을 올립니다. 수익률 785%입니다. 게다가 기존 후곡마을 집은 5년 만에 3억6000만원에서 6억5700만원으로 뛰었습니다. 이 집을 팔면 전세금과 대출을 갚아도 대략 1억8700만원이 남습니다. 5년 전 4억6000만원에 불과했던 A씨의 자산은 총 16억원에 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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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테슬라 주가는 303.75달러(지난 15일 종가)로 작년 고점 대비 25% 내려와 있습니다. 향후 주가가 어떻게 흐를지 아무도 모릅니다. 테슬라의 월가 목표주가는 최저 24달러에서 최고 461달러까지 의견이 분분합니다. 금리 인상기에 취약한 성장주이니만큼 횡보가 더 길어질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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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리얼 옵션의 관점에서 테슬라가 여러 개의 ‘대박 옵션’이 달려있다는 것에 주목할 만합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연내 테슬라의 가장 큰 호재는 4680 배터리 양산과 이달 말 열리는 AI 데이”라며 “FSD 시내 주행 북미 출시는 올해를 넘길 듯 보이지만 주가에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이 이사의 설명에 따르면 리얼 옵션 성향을 띤 주식이 오르는 건 ‘그 옵션에 대한 논란이 일어날 때’ 입니다. 논란이 극대화 됐을 때 주가는 정점을 찍게 됩니다. 머스크가 말하는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로봇, 에너지 사업 비전에 대해 대중들은 어떤 시각을 가지고 있던가요. 여전히 그를 사기꾼이라고 비웃는 사람이 많다면, 아직 늦지 않았을 지도 모릅니다. 이 '문제적 남자'에게 여전히 관심이 쏠리는 이유입니다.
▶‘테슬람이 간다’는
2020년대 ‘모빌리티 혁명’을 이끌어갈 테슬라의 뒷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최고의 ‘비저너리 CEO’로 평가받는 일론 머스크도 큰 탐구 대상입니다. 국내외 테슬라 유튜버 및 트위터 사용자들의 소식과 이슈에 대해 소개합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면 매주 기사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백수전 기자 jerr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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