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3조 내세웠던 WCP, 공모가 20% 내릴까...수요예측 저조

입력 2022-09-15 16:39   수정 2022-09-15 17:15

이 기사는 09월 15일 16:3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올 하반기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꼽히는 더블유씨피(WCP)가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예상보다 저조한 성적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이후 미국 증시가 급락하고 환율이 치솟는 등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IPO 시장의 투자 심리가 악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2차전지 분리막 제조업체 WCP는 전날부터 이날까지 이틀 간 기관 투자가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전체 공모 주식의 75%인 675만주를 대상으로 기관들의 주문을 받았다. 희망공모가는 8만~10만원, 예상 시가총액은 2조7000억~3조4000억원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관들은 6만원대를 써낸 것으로 전해졌다. 수요예측 첫날인 14일에는 신청이 저조했고 마지막 날 주문이 몰렸다. 흥행이 저조해 보이자 주관사 측은 이날 오후 희망 공모가격 하단보다 20% 내린 6만4000원대까지 공모가를 조정할 가능성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투자업계는 고평가 논란이 흥행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이 회사는 기업가치가 상각전 영업이익(EBITDA)의 몇 배인지 나타내는 지표인 'EV/EBITDA' 방식을 적용해 기업가치를 4조5255억원으로 평가받았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 에코프로비엠, 포스코케미칼, 천보, 엘앤에프, 코스모신소재 등을 비교기업으로 선정하고 이들의 평균 배수인 42.69배를 적용한 결과다. 공모가는 주당 평가가액 13만3066원에서 24.8~39.9% 할인해 책정했다.

그러나 금리 인상 여파로 할인율이 높아지면서 공모가가 높게 책정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 실적을 내는 회사에만 투자금이 쏠리는 가운데 WCP가 지난해까지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는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최근 경쟁사인 SKIET의 주가가 하락하면서 시가총액이 6조원 대에서 5조6500억원 대로 줄었다는 점 등도 흥행에 발목을 잡았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상장 일정을 한 차례 연기한 것이 악수가 됐다고 보고 있다. WCP는 당초 지난 8월 초 수요예측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한 달가량 일정을 미뤘다. 당시 미국 금리 인상으로 인한 투자 심리가 급속도로 악화한 데 따른 것이다. 회사 측은 2분기 실적을 반영하고 회사의 성장성으로 인정받겠다는 전략을 내세웠으나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데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업계는 WCP가 공모가를 내리고 상장을 강행할지, 상장을 연기할지 주목하고 있다. 회사 측은 주관사와 협의 후 오는 19일 최종 공모가를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일반청약은 20~21일 진행한다.

IB 업계 관계자는 "공모 규모가 7000억원 이상으로 커서 연기금과 해외 기관 등 대형 기관들이 들어오지 않는 이상 공모 금액을 채우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시장 상황이 좋아질 것이란 보장이 없기 때문에 공모가를 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WCP는 일명 테슬라 요건으로 불리는 이익미실현 요건으로 특례 상장을 추진 중이다. 총 공모주식 수는 900만주로, 회사 측은 신주(81.56%) 발행을 통해 7200억~9000억원을 조달할 예정이었다. 공모가가 6만~6만4000원 대로 조정된다면 상장 후 시가총액은 2조400억~2조1800억원이 될 전망이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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