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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바이오’가 전방위 위기에 직면했다. 신약 개발 바이오벤처들은 심각한 자금난에 빠졌다. 핵심 자산인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 축소에 나서는가 하면 창업자가 급여를 자진 삭감한 사례도 나왔다. ‘자금 빙하기’가 풀릴 기미가 없어 바이오벤처의 파산이 잇따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업계는 반도체, 전기차에 이어 바이오도 ‘자국 생산’을 선언한 미국발(發) 악재까지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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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셀바이오, 파멥신, 메드팩토, 크리스탈지노믹스 등이 최근 비주력 파이프라인 임상 개발을 중단했다. 대전 지역 벤처캐피털(VC) 심사역은 “20억~30억원씩 드는 비임상 프로그램을 2~3개 동시에 진행하는 게 흔했지만 이제는 성공 가능성이 큰 파이프라인만 살려두고 나머지는 정리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방사선 치료제를 개발하는 퓨쳐켐은 주력 파이프라인인 전립선암 치료제 개발에 집중하기로 했다. 알츠하이머와 파킨슨병 치료제 등 후속 파이프라인 개발은 잠정 보류했다. 상업화에 가장 근접한 파이프라인 개발에 한정된 자원을 집중 투자하겠다는 전략이다.
과거 바이오벤처들이 파이프라인을 우후죽순 늘린 건 기업공개(IPO) 문턱을 넘기 위한 측면도 있었다. 상장 심사를 하는 한국거래소가 파이프라인이 하나뿐인 기업엔 부정적이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파이프라인이 한 개뿐이면 임상 개발에 실패할 경우 투자자 피해가 크다고 보고 거래소가 상장 심사 때 후속 파이프라인 여부를 중요하게 따졌다”고 했다.
대표적 코로나19 수혜 기업인 분자진단업체 씨젠은 급격히 늘려오던 인력을 줄이기 시작했다. 이 회사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진단키트 주문이 폭주하면서 인력을 네 배 늘렸다. 하지만 수요가 줄고 고정비 지출만 늘어나자 인력 감축에 나섰다. 지난 3월 1187명이었던 직원 수는 3개월 새 46명 줄었다. 임원 수도 48명에서 42명으로 감소했다. 회사 관계자는 “당분간 인력 축소 기조가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대전에 있는 C사는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장을 짓기 위해 5950㎡(약 1800평) 규모 부지를 분양받았지만, 자금난에 은행권 대출을 제때 상환하지 못해 분양권을 회수당했다. 해당 부지는 재입찰에 부쳐질 예정이다.
안과 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던 바이오벤처 D사는 한때 상장을 추진할 정도로 성장했지만 최근 청산 수순에 들어갔다. 수차례 매각을 타진했지만 불발됐다. 기업가치에 대한 의견 차가 컸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올 연말께는 바이오 기업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더욱 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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