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에는 대의명분이 있어야 억지로가 아닌, 진심인 사람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 개인들 역시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에 부합하는 일을 할 때 열정을 불타오르게 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경우 대의명분 없이 무언가를 한다. 성적에 맞춰 선택한 학과에, 높은 연봉에 이끌려 들어간 회사에 만족하지 못하거나 글로벌 트렌드라는 이유로 시작한 디지털 전환에 실패하는 이유다.
잘못된 비전과 미션
물론 많은 기업이 비전이나 미션이라는 이름으로 대의명분을 갖고 있다. 문제는 잘못 설정된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최고가 되자는 것이나, 성장해야 한다는 점을 미션으로 삼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최고가 되자는 기업의 비전은 자신들이 최고고 이 특출난 제품을 모든 소비자가 원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최고의 제품에서 소비자들이 가치를 얻는다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이런 비전에는 이해관계자 가운데 자신에게 초점을 맞추고, 이익도 자신이 가져가겠다는 자기중심적 태도가 깔려 있다. 하지만 최고의 생산물이 비전이 될 수는 없다. 경쟁사가 더 좋은 제품을 만들거나 더 나은 기술이 개발돼 최고에서 밀리게 되면 비전은 사라지는 셈이 된다. 또한 비전이나 미션을 정할 때 제품에 초점을 맞추면, 제품 생산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부서의 직원들은 박탈감을 느끼고 자신들을 들러리로 여기게 된다. 비전과 미션은 모든 직원이 개인적 이익이나 제품을 넘어서는 명분을 실현하는 데 동참하고, 그 과정에서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 디지털 전환과 성장
성장을 미션으로 삼는 경우도 많다. 디지털 전환을 위한 다양한 전략을 추구하는 요즘, 특히나 많은 기업이 성장을 이유로 혁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문제는 성장은 비전이나 미션이 아니라 무언가를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성장에 초점을 맞추면 성장을 위한 전략과 목표는 구체적으로 나열할 수 있지만, 성장을 통해 무엇을 추구하는지, 왜 그것을 추구하는지는 설명할 수 없다. 성장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적이 빠져 있는 것이다.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는 주장도 이와 비슷하다. 돈은 이루고자 하는 목적을 실현시키는 수단이지 그 자체가 비전이나 미션이 될 수 없다.오늘날 많은 벤처기업에서 찾아볼 수 있는 모습이기도 하다. 벤처캐피털(VC)업계는 기업가치를 기준으로 스타트업의 성공 여부를 판단한다. 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을 유니콘 기업이라고 부르며 신성시하기도 한다. 기준이 이렇다 보니 많은 벤처기업은 성장 자체를 목적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실제 기업은 늘 적자라는 점이다. 지금의 성장세를 앞으로도 오랫동안 살아남을 기업이라는 증거로 삼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성장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단지 체중을 늘리기 위해 먹는 것과 같다. 몸집을 키울 목적으로 무턱대고 먹다 보면 높은 콜레스테롤과 고혈압, 당뇨 등의 건강 문제를 피하기 어렵다, 성장을 목적으로 삼으면 근시안적 사고에 사로잡히게 되고, 이는 신뢰와 협력이 사라지는 기업문화 형성으로 이어진다.
What, How보다 Why
돈과 성장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돈을 많이 벌고, 성장을 지속해야 하는 것은 목적을 이루기 위한 자원을 더 많이 얻기 위해서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성장은 결과이지 목적이나 의미가 아니라는 의미다. 구성원들은 올바른 비전과 미션이 설정될 때 이를 이루기 위해 개인적 이익을 기꺼이 포기한다. 반면 돈이나 성장, 제품 자체에 초점을 맞추면 사익을 지키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희생을 강요하거나 일에서 아무런 의미를 찾지 않게 된다. 결국 성장은 고사하고 일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게 된다. 변화와 혁신이 필요한 시기일수록 무엇을 위해, 어떤 가치를 얻기 위함인지가 명확히 정의돼야 한다. 기업의 전략도, 정부의 정책도 마찬가지다. 성과를 얻고 싶다면 무엇을, 어떻게 보다 ‘왜’에 집중해야 한다.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