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경기 이천 블랙스톤이천GC(파72·6689야드)에서 열린 대회 2라운드 결과 출전 선수들의 커트 통과 기준은 12오버파 156타로 결정됐다. 12오버파는 일반 대회에선 최하위권에 머무를 스코어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선 본선에 진출할 정도로 괜찮게 친 점수다. 2000년 이후 최고 커트 통과 스코어는 2001년 마주앙여자오픈에서 나온 15오버파다. 올해는 한화클래식에서 나온 9오버파가 최고 기록이었는데, 이번 대회에서 기록이 깨졌다.
이번 대회에서 ‘오버파’ 스코어가 쏟아진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긴 러프. 90㎜로 발목이 잠길 정도여서 한 번 들어가면 공을 찾기조차 힘들다. 여기에 러프 잔디가 켄터키블루그래스다. 최진하 KLPGA 경기위원장은 “켄터키블루그래스는 일정 길이로 자라면 서로 엉키는 습성이 있다”며 “이 때문에 중지보다 훨씬 더 탈출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러프 길이만 따지면 한화클래식 대회(120㎜)가 더 길지만, 잔디가 중지인 만큼 KB금융 대회보다 상대적으로 쉬웠다는 얘기다. 페어웨이 폭을 좁게 설계한 것도 난도를 끌어올리는 데 한몫했다. 15야드(13.716m)까지 좁힌 탓에 웬만한 티샷은 러프에 떨어졌다.
딱딱하고 빠른 그린도 선수들을 괴롭혔다. 안 그래도 어렵기로 소문난 블랙스톤이천GC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그린 스피드를 3.4m(스팀프미터 기준)로 세팅했다. 여기에 수분 조절로 그린도 딱딱하게 만들자 선수들은 공을 세우는 데 애를 먹었다. 홍정민은 “공식 연습라운드 때보다 그린이 더 빨라진 것 같다”고 했다.
골프장의 난도를 높이려면 신경 써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한 골프장 관계자는 “(코스 난도를 높이려면) 기존 골프장 회원들의 이해를 구해야 하고, 관리에도 인력이 더 많이 투입된다”고 했다. 그런데도 메이저대회 주최사들은 “대회의 명성에 걸맞게 어렵게 세팅해 달라”고 주문한다.
이 대회를 주최하는 KB금융그룹 역시 “국내 선수들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며 2020년 대회부터 한 자릿수 언더파 우승 스코어를 목표로 코스를 세팅해왔다. 2020년 우승자 김효주(27)는 9언더파, 지난해 우승자 장하나(30)는 10언더파였다. 2언더파 142타를 친 이소영(25)이 단독 선두로 나섰다.
이천(경기)=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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