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지구촌 소통 창구' SNS…어떻게 증오·폭력의 도구가 됐나

입력 2022-09-16 18:12   수정 2022-09-17 00:43

소셜미디어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자유로운 소통과 사회적 참여를 끌어내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가 점점 무색해지고, 과다 사용과 중독으로 인한 우려는 깊어지고 있다. 최근 들어 소셜미디어 내부자들의 폭로가 이어지면서 우려는 현실로 확인되고 있다.

페이스북 고위 임원을 지낸 한 인물은 “페이스북이 10대 청소년에게 직접적인 해를 끼치고 사회 분열을 조장하며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지만, 회사의 이윤과 성장을 우선시했기 때문에 이를 외면했다”고 고발했다. 또 다른 임원은 “페이스북은 사용자로부터 강력한 반응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잘못된 정보와 음모론도 이용한다”고 폭로했다.

9월 초 미국에서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책 <카오스 머신(The Chaos Machine)>은 소셜미디어가 어떻게 개인의 삶을 파괴하고 있는지 분명하게 보여준다. 소름 끼치는 소셜미디어업계의 내부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뉴욕타임스 기자인 막스 피셔는 수년간 발표된 각종 보고서를 바탕으로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와 같은 소셜미디어가 알고리즘을 이용해 인간의 심리적인 약점을 교묘하게 공략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인류학과 진화심리학 연구를 바탕으로 소셜미디어가 사회적 혼란을 일으키는 과정을 파헤친다.




스마트폰 등장 이후 소셜미디어는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 일상을 공유하는 소통의 창구이자 아고라의 역할을 했다. 문제는 이 공간이 설계자의 의도에 의해 얼마든지 조작될 수 있다는 점이다. 소셜미디어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사람들은 ‘하트’와 ‘좋아요’를 통한 보상에 매달리며 다른 사람과 자신을 계속해서 비교한다. 책은 소셜미디어에 자주 노출될수록 사람들의 의견은 더욱 극단적인 방향으로 치우치고, 결국 극단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지난해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가 의회의사당에 난입한 사태가 대표적이다.

소셜미디어는 갈등과 폭력의 진원지다. 비디오 게임 개발자인 여성이 자신의 게임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대가로 기자와 잠자리를 했다는 거짓 주장이 소셜미디어에서 확산하면서 집단 괴롭힘과 여성 혐오로 이어진 ‘게이머게이트(GamerGate)’ 사건, 미얀마군이 로힝야족을 상대로 저지른 전쟁 범죄와 대량 학살의 도구로 페이스북을 활용한 일, 팬데믹 기간에 벌어진 각종 음모론 확산과 백신 거부 움직임, 러시아의 미국 선거 개입 시도 등이 그런 사례들이다. 책은 소셜미디어가 지구촌을 가로질러 증오와 폭력을 전달하는 매개로 활용되고 있으며, 잘못된 정보, 가짜 뉴스, 분노, 두려움 등으로 세상이 극단화 또는 양극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빅테크 기업이라고 일컬어지는 회사들은 언론의 자유를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상 이들이 원하는 것은 ‘이익 극대화’뿐이다. 책에 소개된 이야기들은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위해 실리콘밸리를 탈출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근거로 하고 있다. 이쯤 되면 우리가 소셜미디어를 이용하는 게 아니라, 소셜미디어가 우리를 이용하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너무 늦기 전에 우리의 마음과 세계에 닥친 대혼란을 저지하라는 저자의 뜨거운 외침에 귀 기울여야 한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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